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물을 줄 때 나는 행복하다.

by 새벽나무

우리 독서모임의 올 해 첫 책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는 지카우치 유타의 독특한 책이다.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증여’라는 개념이 법학 교과서에서 공부했던 그 ‘증여’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와서 당황했지만 일상적인 우리의 행동, 의례적으로 해왔던 일상, 설명하기 애매했던 사회 현상 등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특히 행동경제학, 진화심리학, 철학, 의학 등 타 분야의 학문을 넘나드는 설명은 사고의 확장에 큰 도움을 주었다.


나는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를 읽으며 그동안 내가 너무 쉽게 사용해 왔던 말 하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바로 “아무 조건 없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선물을 둘러싼 여러 장면을 분석하면서 우리가 말하는 ‘무조건적인’ 사랑, 증여 등이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전제를 숨기고 있는지 집요하게 짚어낸다.


책을 읽으며 가장 불편했던 장면중 하나는 〈자식은 부모 마음을 알 수 없다〉였다. 이 장에서 저자는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교육과 양육이 자식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부모의 양육에는 보호하려는 마음, 불안을 줄이려는 계산,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대한 확신이 함께 들어 있지만 자식은 그것을 ‘간섭’이나 ‘당연한 희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이 지점을 읽으며 내가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말해온 방식이 사실은 내 입장에서 이해 가능한 일부만 취해온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역으로 너무나 당연하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자식에게 행했던 행동들을 아들은 지금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 섬찟했다.

상대의 마음을 안다는 말은 어쩌면 가장 쉽게 오해가 발생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인간의 모순을 비판만 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 저자는 우리가 도움을 주며 느끼는 기쁨이 자기중심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그 행위의 가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구조를 이해할수록 우리는 더 의식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 말이 꽤 현실적으로 들렸다. 완전히 이타적인 인간이 되기보다는 나의 동기를 알고 행동하는 인간이 되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제안하는 성숙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이전보다 나 자신의 행동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보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 때 “내가 지금 왜 이 행동을 하려는 걸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그 질문은 행동을 멈추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단단하게 만든다. 나의 만족이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상태에서의 선택은 적어도 무의식적인 위선은 덜어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나에게 인간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기보다는 인간을 더 입체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선함과 이기심, 배려와 보상이 얽혀 있는 복잡한 존재로서의 인간. 우리는 왜 선물을 주며 왜 돕고 왜 기쁨을 느끼는가. 그 답은 하나가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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