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의 이름, 내 삶의 지음

개뿔스런 다시 쓰는 인생

by 도아


오랜시간 하고싶었던..

그러나 즉흥적으로 어느 날 개명을 했다.

나를 숨기고 싶어서,

나의 과거를 없애고 싶어서,

다시 태어나고 싶어서 개명을 했다.


오해마시라. 나는 범법자가 아니다.

작은 자극에도 눈물을 흘리던,

조그마한 주목에도 얼굴이 씨뻘게지던,

의욕없이 사람들에게 이끌려다니던,

오랜기간 처절하게 짝사랑을 하던,

나를, 나를...


나는 찌질했다라고 말한다.


찌질한 나를 버리고 싶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로부터


세상에 다시 나를 세팅하고 싶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일회용 인생처럼,

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리셋시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컴퓨터 게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나는 개명을 신청했다.


나는 달라졌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주민등록증, 은행 계좌, 네이버, 카톡 등

개인을 가릴 수 있는 모든 것에서 나는 달라졌다.

이름이.


그리고 달라지지 않았다. 이름 그 외의 모든 것이,

달라진듯 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20대의 나와 40대의 나는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달라졌다.


하지만 나는 안다.

밖은 달리 보이나 속은 같다는 것을.

그저 감정을 조금 더 능숙하게 숨길 수 있는

스킬이 생겼을 뿐이다.


개명. 다시 인생을 쓰는 버튼.

개뿔, 그런건 없다.

그러나 꽉막힌 공간 안의 텁텁한 공기 안에서 답답함을 견디고 있을때,

허술한 창틀에서 슬며시 들어오는

건들바람정도는 되리라.

그 건들바람으로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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