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 않아도 되는 사이(2)

생리현상으로 보는 연애의 발견

by 쑥자람


만난 지 6개월 째

회사와 집이 생활반경 전부인 INTP 집돌이와 안전한 집이 제일인 INFP 집순이의 데이트는 열 번 중 아홉 번이 집 데이트다. 문이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간 후로는 주로 그의 집에서 만났는데, 밤이든 낮이든 우리는 마블 시리즈를 정주행했다. 팝콘을 먹다 밥을 해먹고, 또 팝콘을 먹다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한 번 집에 발을 들이면 주말이 끝날 때까지 나가는 법이 거의 없었다. 찐-집돌이와 찐-집순이에게는 완벽한 데이트였다. 단 한 가지, 똥을 빼면. 방귀야 상대방이 없을 때 괄약근 힘을 조절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큰일은 그렇지 않다. 냄새며 소리며 모든 것이 위험요소다.


나는 데이트할 때면 최대한 대장이 문제를 일으키지 못 하도록 자극적이거나 차가운 음식은 먹지 않았다. 그리고 화장실에 갈 때면 문 몰래 구입한 토일렛 퍼퓸을 변기에 칙칙 뿌리고는 볼 일을 봤다. 하지만 문은 달랐다. 배에서 조금이라도 신호가 오면 신경을 곧추 세우고 긴장을 하는 나와 달리 문은 평소와 다를 것 없어 보였다.


“엇 나 화장실 좀”

“화장실 다녀올게요”


문은 언제나 예의 바르게 고지와 함께 화장실에 갔다. 그러면 가끔 요란한 소리가 났다.


푹-

푸슉-

부루룩-


하지만 소리보다 더 의아했던 건 시간이었다. 문은 한 번 화장실에 가면 도통 나올 줄을 몰랐다. 열 번에 여덟 번 정도가 그랬다. 10분짜리 영상을 다 보고, 하나를 더 틀었는데도 인기척이 없었다. 처음엔 문의 변비를 의심하기도 했고, 문의 장 건강을 염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장실에 자주 가는 걸 보면 변비는 아니었고, 화장실 문을 닫고 나오는 얼굴이 세상 누구보다 상쾌한 걸 보면 장 건강에도 큰 문제가 없는 듯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깨달았다. 도리어 문이 화장실 갔을 때가 기회라는 걸.


그러니까 어떤 기회냐 하면, 내 장에 쌓인 독소를 마음껏 방출할 수 있는 해방의 시간. 나는 안심하고 방귀를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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