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 우리으 ㅣ변천사
떨림과 설렘이 공존하던 침대는 점차 아늑한 공간이 되어갔다. 잠들기 전 문과 나란히 누워 있는 시간은 하루의 긴장을 풀어 가는 안온한 시간이었다.
“슈웅 우주선 발사!”
허공에 마임하듯 손을 휘적이며 우주선을 발사하기도 하고
“비상 비상, 로켓이 추락하고 있다. 로켓이 추락하고 있다!”
허공을 가로지른 손을 문의 배로 추락시키기도 하고,
아우우-
늑대 그림자를 만들기도 하고
훨훨-
나비 그림자를 만들기도 하고,
두두두두-
문의 기다란 팔을 기관총 삼아 쏘기도 했다.
몇살 때 이런 장난을 쳤었는지… 이제는 기억나지도 않지만 문 옆에 누워 있으면 가끔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걱정도, 책임도, 어른스러움도 모두 내려놓고 여섯 살 어린아이가 되었다.
가만히 누워 잠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문의 머리 맡으로 가서 피부관리사가 되기도 했다.
“고객님, 오늘 무슨 관리 받으러 오셨죠?”
토너 패드로 그의 얼굴을 결을 따라 닦아 주고, 아이크림을 듬뿍 듬뿍 얼굴 전체에 바르며
“고객님, 이 크림이 원래는 굉장히 고가의 크림이어서 저희가 VIP 고객님들께만 소량으로 찔끔 찔끔 발라드리는 크림인데요. 고객님이 너무 미남이셔서 오늘 특별히 고객님에게만 얼굴 전체에 듬뿍 도포해드리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방문할게요.”
착한 문은 상황극마다 장단을 맞춰 주었다. 그러면 나는 더욱이 신이 나서 그의 얼굴에 크림을 듬뿍 듬뿍 얹었고, 턱부터 광대를 따라 올라오며 그의 얼굴 근육을 풀어주면 문은 상황극을 잊고는 이렇게 말했다.
“우와 진짜 피부과에 온 것 같아. 쑥이 이런 거 어디서 배웠어?”
그러면 칭찬 한 마디에 더욱 신이 나버린 나는 열과 성을 다해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이따금 마사지샵 관리사가 되기도 했다.
“오빠 엎드려봐 내가 마사지해줄게!”
그럼 문은 샤워하기 싫은 강아지처럼, 또는 주사맞기 싫은 어린이처럼 고개를 도리도리 젓다가도 이내 침대에 벌렁 엎드렸다. 두 손바닥으로 꾹꾹 누르며 그의 허리춤부터 승모근을 풀어 주었고, 다시 아래로 내려와 척추 라인을 풀어 주었다. 작은 손으로 목 뒷쪽도 조물조물 풀어주었고, 열 손가락 끝으로 두피 마사지도 해줬다.
“고객님, 오늘 특별히 다리 마사지도 해드릴게요.”
“안돼. 쑥쑥이 힘들어~~”
말은 나를 걱정하고 있지만 이미 노곤노곤해진 문은 몸을 일으킬 생각이 없어 보였고, 그럼 나는 통통통통 그의 다리를 한쪽씩 두드리고 주물렀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드는 사이, 불쑥 진심이 흘러 나오는 밤도 있었다. 눈을 마주 보면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어둠 속에선 오히려 쉽게 입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더 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