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한달음에 달려오는 것(4)

어느 엉성한 병간호의 위로

by 쑥자람

“오빠, 족발 배달 완료됐대~”


문은 그제야 눈을 떴다. 그리고 언제 잠에 들었었냐는 듯 상을 차렸다. 상을 차리고, 앞접시를 준비하고,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고, 비닐 장갑을 끼고 주먹밥을 만들고….


“나도 할래. 나도 도와줄래”

“어허. 환자는 가만히 있으세요”


문은 쌈도 싸서 먹여주는 것은 물론 설거지와 뒷정리까지 완벽하게 했다. 내가 뭔가를 도우려 하면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분명 문이 환자 같았고 내가 보호자 같았는데….


온종일 무거웠던 마음이, 그제야 조금씩 가벼워졌다. 새벽 근무를 마치고, 가장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도 서둘러 내게 달려와 준 그 사람 지친 몸을 이끌고 먼 길을 걸어와 곁에 조용히 머물러 준 그 손길 덕분에 나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병원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받았던 긴장과 불안은 여전했지만, 그의 팔베개와 끝없이 이어진 다정한 배려가 긴장과 불안을 덮어줬다.


문이 곁에 있다는 사실은 나를 든든하게 한다. 조용히 내 숨소리에 옆에서 들려오는 그의 숨결은 나에게 가장 큰 평화와 안정이다.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내 두려움은 조금씩 물러간다. 문이 내 곁에 묵묵히 있어준다는 것, 그것만으로 두려움을 충분히 이겨낼 힘이 난다.


그래서 나는 오늘, 덜 외롭고 덜 무섭게 견뎌냈다. 그가 있어 참 다행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그렇게 안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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