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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엄마 May 31. 2023

자기 전에 듣는 사랑 이야기

엄마 아빠 어떻게 왔어?

깜깜한 밤이 되었어요.

잠들기 전, 감자는 엄마와 침대에 누워 좋아하는 책을 읽었어요.

감자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잘 준비를 마친 감자는 궁금한 것이 생겼어요.

엄마에게 물어봤죠.

"엄마, 나 사는 집에 엄마 아빠가 어떻게 왔어?"

감자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엄마가 다시 물었어요.

"응? 그게 무슨 말이니, 감자야?"

"나 감자 여기서 살고 있는데 엄마 아빠가 어떻게 여기 온 거야?"

엄마는 감자가 궁금해하는 게 뭔지 알게 됐죠.

"아~ 감자가 엄마 아빠를 어떻게 만나게 된 건지 궁금했구나!"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해줬어요.

"엄마와 아빠는 풋감자 시절에 만났는데 사랑에 빠지게 됐어. 그래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결혼을 하게 됐지. 그리고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면서 지냈어. 가끔 싸우기도 했지. 하지만 좋은 날이 더 많았어. 그러던 어느 날, 엄마랑 아빠는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의 아기를 만날 준비가 됐던 거야. 그래서 매일 같이 기도를 했어. '이쁜 감자를 보내주세요. 이쁜 감자를 보내주시면 착한 감자로 살게요.'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 드디어 하늘에서 엄마 아빠한테 이쁜 감자를 선물로 보내주셨어. 엄마 뱃속에 이쁜 감자 싹이 생긴 거지."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감자는 또 궁금한 게 생겼어요.

"그럼 엄마 아빠는 어디서 온 거야?"

"엄마 아빠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랑을 해서 태어났지. "

"어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는 엄마의 엄마 아빠가 사랑해서 태어났고, 아빠는 아빠의 엄마 아빠가 사랑해서 태어난 거야. 그렇게 태어난 엄마 아빠가 서로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된 거지."

감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보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감자는 손을 조그맣게 오므리며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나 이렇게 작았는데 점점 커진 거야?"

"우리 감자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는 손톱만큼 작았는데, 엄마가 먹는 음식 배꼽으로 같이 먹고, 엄마가 듣는 음악 같이 듣고, 엄마가 보는 책, 나무, 꽃들 같이 보면서 건강하게 쑥쑥 자라서 태어난 거야."

감자는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이불로 얼굴을 가렸죠.

"우리 감자 이제 자야지. 잘 자, 사랑해, 좋은 꿈 꿔."

엄마는 자기 전에 항상 같은 인사말을 해줘요.

감자는 오늘도 엄마의 사랑이 담긴 하루의 마지막 인사말을 들으며 새근새근 잠이 들어요.

모두 잘 자요.



저희 집 감자는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한 호기심쟁이랍니다. 손잡고 걸어가다가 기어 다니는 개미를 발견하면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하죠. 갓길에 피어난 민들레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어요. 잠들기 전, 이불속에서 “엄마, 나 사는 집에 어떻게 왔어?”라는 질문을 했을 땐 머리를 뿅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어요. 아이는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출생의 히스토리를 알고 있어요.(제왕절개 수술 자국도 보여줬지요) 하지만 그와 별개로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는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히어로였던 것이죠.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자신이 사는 집으로 찾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에요.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까 고민하다가 하늘에 간절히 기도해서 태어났다고 말해줬어요(웃음). 이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이었죠. 저희 부부는 원하던 시기에 아이가 생기지 않아 힘들게 감자를 가졌어요. 잠들기 전, 매일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건강한 아이를 보내달라고 기도를 했었는데요. 임신테스트기에서 두줄을 확인하던 날에는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아이에게 엄지공주 책을 읽어주는데 그 이야기가 딱 제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감자에게 말해줬죠. "감자야, 너도 엄지공주야."


저는 매일 밤 감자가 잠들기 전에 인사를 해줘요. "잘 자, 사랑해, 좋은 꿈 꿔."감자가 이쁜 날에도, 힘들게 하는 날에도 빼먹지 않고 이 말은 꼭 하죠. 저는 이 인사말을 일종의 주문이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화난 얼굴이지만 그래도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항상 변치 않는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죠. 그럼 감자는 그날 저녁 엄마한테 한소리를 들었어도 잠들기 전 엄마의 주문을 들으며 사랑을 확인하게 되지 않을까요? 감자가 그렇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네요(웃음).


대화는 참 중요하죠. 말을 통해서 서로 교감을 하게 되니 관계에 있어서 대화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돼요. 저는 잠들기 전 대화가 참 좋더라고요. 어둡고 고요한 방 안에서 팔베개를 하고 기대 누운 아이와 나누는 대화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죠. (아, 이건 아이가 일찍 잠든다는 전제하에요. 아이가 늦게 잠들면 차분했던 마음이 복잡해지니깐요)  여러분은 아이와 잠들기 전 어떤 대화를 하시나요? 오늘 밤 아이에게 출생의 이야기를 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아이는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아빠의 사랑을 느끼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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