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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엄마 Jun 01. 2023

마음을 만들어봐

당신의 마음은 어떤 모양인가요

불량감자가 길을 걸어가고 있어요.

얼굴에는 인상이 한가득해요.

불량감자 발에 돌멩이가 걸렸네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한 불량감자는 짜증을 내며 돌멩이를 발로 뻥 찼어요.

"아, 짜증 나. 왜 바닥에 돌멩이가 굴러다니는 거야!"

불량감자의 코에서 뜨거운 콧바람이 나오고 볼과 귀가 벌게졌어요.

그리고 가슴이 빨리 뛰기 시작했어요.

심술쟁이 불량감자는 모든 게 삐뚤게 보였어요.

따사로운 햇살도 뜨겁기만 했고, 솔솔바람이 불어올 땐 머리카락이 날려서 불만이었죠.

친구들은 항상 인상을 쓰고 짜증을 내는 불량감자와 놀고 싶지 않았어요.

심술쟁이 불량감자는 친구들과 놀고 싶었지만 친절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알지 못했죠.

불량감자 마음속에 심술이 차곡차곡 쌓여 빨갛게 변한 마음에서 불이 났어요.

마음에서 커다란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마음요정이 나타났어요.

"불량감자야. 심술이 쌓였구나. 마음에서 버티지 못하고 불이 나버렸어. 너의 마음을 꺼내봐야겠구나."

마음요정이 불량감자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았어요.

뾰족 뾰족 해진 마음이 마음속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찔렀네요.

뾰족한 마음에 찔린 마음속은 불이 나고 피가 나고 고름이 생겼어요.

마음속은 많이 힘들어 보였어요.

마음 요정은 뾰족 뾰족해진 마음을 꺼내 손으로 동글동글 반죽을 하기 시작했어요.

모난 모양 없이 동글동글 해진 마음을 손으로 오므려 이쁘게 다듬어서 하트를 만들었죠.

마음 요정은 이쁜 하트를 불량감자의 마음속에 넣고 손으로 토닥여줬어요.

"불량 감자야. 눈을 감고 10초만 세어보렴. 세상이 달라 보일 거야, 안녕."

마음 요정은 불량감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사라졌어요.

불량 감자는 마음요정의 말대로 눈을 감고 10초를 세었어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불량감자는 눈을 떠봤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죠?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지고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주는 솔솔바람이 반가워졌어요.

나뭇가지에 달린 초록색 잎사귀와

화단에 활짝 핀 분홍색 꽃을 보니 마음이 포근해졌어요.

파랗고 맑은 하늘이 고맙게만 느껴졌죠.

불량감자는 세상이 사랑스럽게 보였어요.

인상 가득했던 불량감자의 얼굴에 미소가 올라왔어요.

친구들의 마음은 무슨 모양인가요?



이야기에 나오는 불량감자는 사실 저예요(웃음). 예전에 저는 도덕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언제부터였는지 저는 여러 얼굴을 가진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상황에 따라서 다른 사람이 되고는 하죠. 그중 제일 괜찮은 얼굴은 엄마의 얼굴이에요. 아이에게는 모범을 보여야 하니 도덕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거죠. 저는 사람을 볼 때 상대의 부정적인 면을 잘 찾는 편이에요. 이건 결코 좋은 행동이 아니죠. 저와 잘 지내고 관계가 좋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평소에는 묻어뒀던 부정적인 요소들이 사이가 틀어지게 되면 스멀스멀 올라와요. '아, 그래.. 그 사람은 예전에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있었지. 역시.. 그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라며 상대를 쉽게 평가하게 되죠. 그렇게 상대를 폄하하고 난 후 마음이 진정되면 못난 자신의 모습에 반성하기 시작해요. 성숙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죠.


최근에 모임을 통해서 알게 된 분이 있어요. 인상이 좋고 마음 씀씀이가 이쁜 분이시죠. 마음 씀씀이가 이쁜 사람인지 어떻게 아냐고요? 여러분도 이런 사람과 대화를 해보신 적이 있나요? '말을 이쁘게 하는 사람', 그리고 '기품이 느껴지는 사람'. 말을 이쁘게 한다는 게 목소리가 이쁘고 말투가 세련된 그런 게 아니에요. 대화에 '배려'가 깃든 사람이죠. 그런 사람들은 얼굴에 선함이 배어있어요. 고운 심성이 얼굴에보이는 거예요. 그 분과 대화를 나누며 저의 이기적인 행동에 반성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분의 선함을 본받고자 하며 집에 와서 거울을 봤죠. 나의 얼굴에는 얼마의 선함이 배어있는지. 거울을 봐서는 모르겠어서 사진을 봤는데 욕심이 좀 묻어있더라고요(웃음). 맞아요. 전 욕심이 좀 있는 편이에요. 이런 게 관상이겠죠.


저의 모난 마음을 들여다보고 점토처럼 빚어서 이쁘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불량감자의 마음을 하트로 만들어보았죠. 동화처럼 제 마음도 하트로 만들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가치관이 얼굴에 드러난다고 하잖아요. 저도 마음수양을 열심히 해서 이쁘게 만들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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