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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엄마 Jun 02. 2023

뱃속의 무도회장

콩나물이 깨소금을 뿌린 이유는??

식사 시간이에요.

식탁 위에는 엄마가 차려준 맛있는 고기반찬이 있어요.

감자가 싫어하는 반찬도 있어요.

바로 콩나물, 시금치예요.

감자는 밥 한 숟가락 먹고 고기 한번 먹고, 그리고 밥 한 숟가락 먹고 또 고기를 먹었어요.

다른 반찬은 먹지 않았어요.

으으응?? 갑자기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났어요.

콩나물과 시금치가 우는소리였어요.

콩나물과 시금치가 울면서 말했어요.

"으아아아앙, 오늘 감자 뱃속에서 열리는 무도회장에 가야 하는데 감자가 우리를 초대하지 않아서 못 가고 있어."

감자는 콩나물과 시금치에게 .

"내 뱃속에서 무도회가 열린다고?"

콩나물이 말했어요.

"응, 오늘 감자 뱃속에서 고기랑 밥이랑 만나기로 했어. 무도회장 가려고 예쁘게 깨소금도 뿌리고 왔다고."

시금치도 훌쩍이며 말했어요.

"나는 밥이 좋아하는 고소한 참기름으로 향을 내고 왔어. 그런데 무도회장에 가지 못하면 밥한테 뽐내지도 못할 거야."

입을 오물거리던 감자는 콩나물과 시금치에게 .

"그럼 내 입속에 들어올래?"

콩나물 눈물을 그치고 말했어요.

"응!"

시금치 눈물을 닦으며 말했어요.

"응!"

감자는 콧바람을 힘차게 내쉬며 용기를 냈어요.

밥 한 숟가락에 시금치와 콩나물을 한 줄기씩 올리고~

눈을 감고 입을 크게 벌려 한 입에 쏙~

꼭꼭 씹어 꿀꺽~

감자는 시금치와 콩나물이 뱃속으로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물도 한 모금 마요.

뱃속에서 물이 꿀렁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밥, 고기, 시금치, 콩나물은 모두 무사히 무도회장에 도착했어요.

친구들의 뱃속에서도 무도회가 열리고 있는지 볼까요?



전쟁터로 변하는 식사시간. 육아를 해보신 분들은 모두 공감하실 거예요. 얘는 왜 밥을 떠먹여 줘도 안 먹나. 나는 살찔까 봐 먹는 걸 참고 있는데 맘 놓고 먹으라고 해도 안 먹는구나. 답답한 상황이 하루 이틀이 아니잖아요.


저는 아이를 낳고 제가 성우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얻게 된 기술인데요. 동화책 속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저의 상상력으로 표현해 냈죠. 그런데 제가 꽤 잘하나 봐요. 아이는 아빠가 책을 읽어준다고 해도 엄마가 읽으라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제가 감자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으면 저의 뒤로 다른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생각했죠.

'오, 나 정말 성우에 소질이 있을지도?'


동화책을 읽으면서 얻게 된 기술은 식사시간에도 빛을 봤어요. 감자가 밥을 너무 먹지 않던 날, 감자가 좋아하는 인형을 가져와 인형극을 펼쳤어요(웃음). 제가요, 정말 그랬어요. 토끼인형을 들고 "감자야, 내가 한 숟갈 줄게. 이거 먹어보자."라고 말했는데 아이가 먹더라고요. 그렇게 한 공기를 뚝딱 먹이고나니 토끼인형에게 마웠죠. 그런데 부작용이 생겼어요. 틈만 나면 인형이 먹여달라고 하는 거 있죠. 그래서 저는 한동안 식사시간마다 인형극을 펼쳐야 했어요. 자괴감이 들던 순간이었죠. 그래도 뭐 어때요. 우리 애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일 수 있다면 기꺼이 토끼가 되야죠.


그런데 인형극도 유효기간이 있었어요. 토끼가 주는 한 숟가락도 거부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죠. 한 끼 정도야 입맛이 없는 날에는 식사를 거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아침, 점심, 저녁까지 먹는 둥 마는 둥 깨작대는 모습을 보면 참기 힘들어지더라고요. 저녁 식사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다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감자에게 이렇게 말했.

"감자야, 밥이랑 고기가 감자 입에 들어가고 싶데. 감자 뱃속에서 만나기로 했나 봐."

나름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이렇게 하면 한 숟가락이라도 먹겠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감자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엄마, 내 뱃속에서 무도회가 열리고 있어. 그래서 내가 한 숟가락 먹으면 밥이랑 고기가 만나겠지?"


감자는 디즈니 프린세스를 좋아해요. 디즈니 프린세스 영화를 하루에 한 편씩은 꼭 봐야 돼요. 책도 하루에 한 권은 꼭 디즈니 프린세스 책을 봐야 하고요. 공주들은 항상 드레스를 입고 왕자님과 만나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고는 하잖아요? 그래서 감자는 샤랄라 한 드레스를 좋아해요. 넓은 광장을 보게 되면 여기는 무도회장이라고 하면서 한댄스 추고는 하죠. 공주님 세계에 푹 빠져있는 감자는 밥이랑 고기가 뱃속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영화를 상상했나 봐요. 뱃속에서 무도회가 열린다고 생각한 거죠.


저는 감자의 상상력이 참 기발하다고 생각했어요. 뱃속에서 무도회 열린다? 이 이야기가 다른 아이들의 식사시간도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식사 시간이 좀 더 평화로워질 텐데요. 남자아이라면 뱃속에서 자동차경주가 열린다고 말해주면 어떨까요? 시금치가 1번으로 달리고 있다고 말해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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