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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엄마 Jun 15. 2023

모래알 가득한 여름휴가

6월의 여름휴가

해가 쨍쨍한 여름이 왔어요.

감자 가족은 바다로 여름휴가를 갔어요.

바다로 향하는 길. 고속도로에 들러 옥수수도 사 먹고 호두과자도 사 먹었어요.

감자는 옥수수알을 하나씩 떼먹었어요.

엄마가 작년 여름휴가 사진을 보여줬어요.

사진을 보니 흐릿했던 기억이 선명해졌어요.

지난여름 감자는 바닷물이 차갑고 무서워서 들어가지 못했어요.

바다는 눈으로 보면 아름다웠죠.

하지만 가까이 가면 파도가 집어삼킬 듯이 다가와서 뒷걸음질 치게 됐어요.

감자는 이번 여행기간 동안은 바다와 친해지고 싶었어요.


바다에 도착했어요.

차에서 내려보니 저 멀리 바닷물이 파랗게 빛나고 있었어요.

감자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모래사장에 들어갔어요.

감자의 발이 모래 안으로 빠지고 발가락 사이사이에 모래알이 들어왔어요.

감자는 낯선 촉감에 놀라 발을 빼고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했어요.

아빠가 말했죠.

"감자야, 괜찮아. 한 번 걸어봐. 처음엔 어색하지만 몇 번 걷다 보면 익숙해질 거야."

감자는 모래사장에 발을 딛었고 곧 발가락 사이사이를 간지럽히는 모래알이 장난감처럼 느껴졌어요.


엄마는 파도가 코 앞까지 들이미는 자리에 서서 돗자리를 펴고 모래놀이 세트를 꺼냈어요.

"감자야, 우리 이쁜 조개껍데기 찾아서 집에 있는 어항 꾸며줄까?"

"네, 좋아요!"

감자는 엄마와 삽으로 모래를 펐어요.

"엄마! 여기 이쁜 조개껍데기예요!"

"어머 감자야. 정말 이쁜 조개껍데기를 찾았구나."

바다에는 이쁜 조개껍데기가 많았어요.

감자와 엄마는 순식간에 조개껍데기를 한가득 찾을 수 있었죠.

아빠는 바닷물에 발을 담두고 동글동글한 돌멩이를 찾았어요.

"우와, 아빠 정말 이쁜 돌멩이예요. 제가 집에 가서 어항 꾸며줄래요! 어항을 이쁘게 꾸며주면 물고기들이 좋아하겠죠?"

"그래. 감자야. 집에 가서 감자가 어항을 장식해 보렴."


"우리 바다에 왔는데 발을 담가봐야지? 감자야 엄마랑 발 담그러 가자."

"엄마, 무서워요."

"괜찮아 감자야. 엄마 아빠랑 손 꼭 잡고 가보자."

감자는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바다로 다가갔어요.

발에 살짝 닿은 찰랑이는 파도는 얼음장처럼 차가웠어요.

감자는 바다와 친해지고 싶었지만 두려운 마음에 한걸음 물러섰어요.  

"엄마, 저 무서워요. 발 안 담글래요."

"감자는 아직 바닷물이 무섭구나. 그래. 그럼 엄마랑 모래성 쌓기 하자."

감자는 엄마 손을 잡고 돗자리로 돌아가 모래성을 쌓았어요.

꼭대기에 조개껍데기로 장식도 했어요.


하늘이 남색으로 물들고 바닷바람이 차가워졌어요.

감자 가족은 돗자리를 정리하고 차로 돌아갔어요.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바다에 대한 추억이 모래알 한가득, 그리고 나뭇가지처럼 길게 새겨졌어요.

감자는 창 밖으로 바다에게 인사를 건넸어요.

"안녕, 내년에도 놀러 올게."




감자는 11개월이 되면서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집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가 있는 곳이었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다 끝나가는 시점에 복직을 앞두고 고민을 하던 중 회사 근처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했죠. 하지만 저는 복직하고 9개월 만에 퇴사를 하게 됐어요. 전업주부가 되고 난 후로는 집 근처 어린이집으로 옮길까 몇 번의 고민이 있었어요. 그리고 운 좋게 단지 내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어요. 하지만 연락을 받은 날 하원길, 감자와 담임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입소 취소를 했어요. 감자가 담임선생님에게 해맑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1년만 더 버텨보자 다짐하며 매일 차로 왕복 30분의 등하원을 하며 지냈어요. 차 안에서 봄이 되면 개나리가 노랗게 물든 풍경을 바라보고 비가 내리는 날이면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고 가을이 되면 빨갛게 물든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눈이 내리는 날이면 하원 후 집에 가서 눈사람을 만들 상상을 하며 감자와 대화를 나눴죠. 그리고 감자는 첫 어린이집에서 졸업까지 하게 됐어요.


감자와 사계절의 풍경을 바라보며 소풍 같은 날들을 보냈지만 좋지만은 않았어요. 사실 귀찮은 면이 컸죠. 단지 내 어린이집으로 보냈다면 편하게 등하원을 시킬 수 있었을 텐데 번거로운 선택을 한 것에 몇 번이나 흔들렸어요. 하지만 감자가 첫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고 생각해 보 저의 편의만 내세울 순 없더라고요. 그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나고 감자는 정들었던 어린이집과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감자가 유치원 버스를 타고 등원하던 첫날. 저는 만세를 외쳤어요.


감자가 유치원 생활에 적응해 나갈 무렵. 어린이집을 졸업한 지 3개월이 돼 가던 시점이었어요. 우연히 감자가 다니던 어린이집 앞을 지나가던 중이었죠. 매일 지나가던 길을 오랜만에 마주하게 되니 어릴 때 다녔던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는 묘한 향수가 느껴졌어요. 감자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죠.

"감자야, 여기 예전에 다녔던 어린이집 앞인데 기억나?"

"응. 기억나."

"어린이집 다닐 때 끝나고 엄마랑 같이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그랬잖아. 그런 것도 기억나?"

"응. 다 기억나. 내 머릿속에 모래알처럼 나뭇가지처럼 가득 차있어."

저는 여러모로 놀라웠어요. 어린이집에 다녔던 기억이 감자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었구나 싶은 생각과 감자의 표현에 놀라게 됐죠.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었을까요. 어디서 들어본 표현이었는지 감자가 생각한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감자의 언어를 기록해두고 싶었죠.


감자 가족은 지난주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왔어요. 감자가 차가운 바닷물을 무서워해서 발을 담그지는 못했지만 이쁜 조개껍데기는 많이 찾았어요. 돗자리에 앉아서 모래성도 쌓고 바위에 붙어있는 애기 홍합도 봤어요. 감자 가족에게 모래알 한가득한 추억이 된 여행의 기억을 이야기로 남겨봤어요. 여러분의 여름휴가도 모래알 한가득 그리고 나뭇가지로 길게 새겨지길 바랍니다.






감자가족이 돗자리에 앉아서 조개껍데기를 찾는 뒷모습이에요. 이 사진을 보고 메인 그림의 스케치를 했죠. 여행 내내 글과 스케치가 밀렸다는 생각에 맘이 편치 않았는데 글을 끝마치고 저장을 누르고 나니 혼자 무거웠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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