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감자가족은 집 근처 책방에 갔어요. 커피도 팔고 책도 파는 곳인데 제가 참 좋아하는 곳이에요. 감자는 책방에 들르면 익숙하게 자리를 잡고 말하죠. "엄마, 도화지랑 색연필 갖다 줘." 책방에는 꼬마 손님들을 위해 준비해 둔 도화지와 색연필이 있어요. 감자는 책방에 가는 날이면 빠짐없이 도화지에 흔적을 남기고는 하죠. 책방 내부에는 판매용 책과 중고책이 있는데 중고책은 구매하지 않고 읽어도 되는 책이에요. 그중에는 동화책도 있어서 감자가 읽고 싶은 책을 읽기도 해요. 그런데 이 날은 감자가 좋아하는 책이 보이지 않아서 그림만 그렸어요. 감자, 당근, 바나나, 포도, 나비 등등.
그런데 감자가 구름을 그리더니 빨간색으로 칠하는 거예요. 하늘색 색연필이 있었는데 빨갛게 칠하는 이유가 궁금했어요.
"감자야, 왜 구름을 빨갛게 칠했어?"
"구름이 다쳐서 피 흘리는 거야."
"구름이 왜 다쳤을까?"
"나쁜 구름이 때려서 그래. 그래서 구름이 피가 나서 땅에 떨어졌어."
구름도 다치면 피를 흘린다. 감자의 얘기를 듣고 미세먼지가 생각났어요. 코로나 대유행의 시기에는 매일 아침 확진자수를 확인하고 외출 전 마스크를 착용하느라 불편한 일상을 보냈죠. 그런데 코로나가 지나가고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도 전에 미세먼지의 위협이 시작됐어요. 매일 아침 어플로 확인하는 오늘의 대기질. 호흡기에 들어오는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한 마스크 착용. 불편한 일상이 끝나지 않았던 거죠. 아침에 꽉 막힌 듯 까만 하늘을 보면 어플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오늘의 미세먼지 최악'
그런데 사실, 우리가 숨을 쉬기 힘든 만큼 구름도 답답하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집안에서 공기청정기를 틀면 편한 숨을 쉴 수 있어요. 하지만 마스크도 착용할 수 없는 구름은 감자 말대로 빨갛게 피를 흘리고 있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