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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엄마 Jun 29. 2023

엄마가 된 신데렐라

모든 엄마 아빠에게

잃어버린 유리구두 한 짝을 찾은 신데렐라는 왕자님을 만나 결혼을 했어요.

신데렐라는 더 이상 아침 일찍 일어나 새엄마와 언니들의 아침식사를 차리지 않아도 됐어요.

잔뜩 쌓인 빨랫감 때문에 손에서 물이 마를 이 없던 생활도 끝이었어요.

이제 누더기 옷을 입은 신데렐라는 없었어요.

자상하고 멋있는 왕자님과의 신혼생활은 꿈같은 날들이었요.

그러던 어느 날, 신데렐라의 몸에 변화가 찾아왔어요.

속이 울렁거리고 입맛이 예민해졌어요.

신데렐라는 음식을 먹지 못해 기운 없이 축 쳐져 있었어요.

걱정스러운 마음에 왕자님은 의사를 불렀어요.

곧 의사가 도착하고, 진찰을 마친 의사는 말했어요.

"축하합니다. 엄마, 아빠가 되셨네요."


낙엽이 떨어지고 눈이 내렸어요.

매서운 찬 공기가 지나가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새싹이 기지개를 켰어요.

어느덧 신데렐라는 만삭의 산모가 됐어요.

그리고 기다리던 아이가 태어났어요.

신데렐라와 왕자님은 사랑의 결실신기하기만 했어요.

아기는 이렇게 보면 신데렐라 같고 저렇게 보면 왕자님의 얼굴이 보였거든요.

사랑스러운 아이를 바라보며 신데렐라와 왕자님은 부족함 없는 아이로 키우고자 다짐했어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지만 한 시간이 넘도록 울 때는 신데렐라도 같이 울고 싶어 졌어요.

신데렐라는 우는 아이를 토닥이며 재우고 창 밖을 바라봤어요.

왕자님과 단둘이 길을 걷던 지난날들을 떠올렸죠.


'똑똑똑'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문을 열자 이웃나라의 신하가 서있었어요.

신하는 이웃나라에서 열리는 무도회 초대장을 전달하러 온 것이었어요.

신데렐라는 초대장을 보자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왕자님과 단둘이 무도회장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신데렐라에게는 아기가 있었어요.

아기를 데리고 갈 수도, 두고 갈 수도 없었어요.

신데렐라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아기와 집에 있어야겠다고 단념했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눈앞에 요정할머니가 나타났어요.

"신데렐라, 내가 아기를 돌보고 있을 테니 왕자님과 무도회장에 다녀오도록 해요. 대신 밤 12시가 되기 전까지 집으로 돌아와야 돼요."

신데렐라는 기뻐하며 옷장에서 아껴뒀던 드레스를 꺼내 입고 유리구두를 신었어요.

왕자님도 멋지게 차려입었어요.


신데렐라와 왕자님은 마차를 타고 무도회장에 도착했어요.

신데렐라와 왕자님은 처음 만났던 그날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둘은 아름다운 샹들리에 밑에서 춤을 추었어요.

사람들은 무도회장 한가운데에서 그림처럼 춤을 추는 두 사람을 동그랗게 에워쌌어요.

얼마쯤 지났을까요.

구름 위를 걷 춤을 추던 신데렐라는 아기 생각이 났어요.

신데렐라가 말했죠.

"아기가 울지 않고 잘 있을까요?"

"그러게요. 요정 할머니랑 잘 지내고 있을지 걱정되네요."

신데렐라와 왕자님은 더 이상 춤을 추는 게 즐겁지 않았어요.

흥겨운 오케스트라 연주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신데렐라와 왕자님은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마차를 타고 집에 도착했어요.


요정할머니는 10시도 되지 않아 집에 도착한 신데렐라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신데렐라, 12시가 되려면 멀었는데 일찍 왔네요. 무도회장이 재미없었나요?"

"아니에요, 요정할머니. 덕분에 무도회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그저.. 아기 생각이 나더라고요. 아기가 계속 눈에 밟혀서 일찍 왔어요. 아기는 잘 놀고 있었나요?"

"신데렐라, 아기는 아주 잘 놀았어요. 동화책도 읽어주고 노래도 불러줬는데 정말 좋아하더군요. 재밌게 놀다가 좀 전에 잠이 들었어요."

신데렐라와 왕자님은 작은 침대에 누워 천사 같은 모습으로 자고 있는 아기를 바라봤어요.

신데렐라가 말했어요.

"우리 아가, 너무 보고 싶었어."

이 날 신데렐라와 왕자님은 진짜 엄마 아빠가 되었답니다.





감자와 신데렐라 뮤지컬을 보러 갔던 날이었어요. 새엄마와 언니들이 던지는 옷보따리를 정리하고 집안일을 하는 신데렐라의 모습이 마치 저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제 눈에는 신데렐라가 구박덩어리가 아닌 나이 어린 가정주부였어요. 뮤지컬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날은 일요일이었어요. 감자가 내일은 어디를 갈 거냐고 묻더라고요.

"내일은 월요일이라 아빠는 회사 가고 감자는 유치원에 가지."

"그럼 엄마는?"

"엄마는 청소하고 빨래하고 감자 옷 개 놓고 그래야지."

"엄마 신데렐라야? 신데렐라랑 똑같이 집안일하네."

감자의 대답을 듣고 헛헛한 웃음이 나왔어요. 애들 눈은 정확하다고 하더니. 감자가 생각하기에도 '신데렐라=집안일하는 사람=엄마'의 공식이 성립됐던 거죠.

"그래.. 엄마도 같은 생각 했다.."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하고 생각해 봤어요. 신데렐라가 왕자님과 만나 결혼을 했다면 그 이후의 삶은 어땠을지 그려봤죠. 신데렐라는 옆에서 아이를 키워주는 유모가 있어 편하게 살았을까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신데렐라도 다른 여느 엄마들처럼 약간의 우울한 감정이 찾아왔을 텐데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아이지만 가끔 그럴 때가 있더라고요. 엄마라는 직함을 집어던지고 '나'로 존재하고 싶어지는 날. 감자아빠와 저는 가끔씩 저희 아빠에게 감자를 맡기고 데이트를 하러 가고는 해요. 주로 영화관 데이트를 하는데, 거기서 끝이에요. 영화만 보고 집으로 돌아가죠. 흔하게 오지 않는 날인데 참 허무하게 보내버리죠?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저녁이라도 먹고 들어가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밥도 못 먹고 영화를 보자마자 집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감자가 눈에 밟혀서예요. 감자아빠와 저는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걱정부터 앞서게 돼요. '감자가 잘 놀고 있을까?'


감자는 5살이 됐지만, 아직도 엄마 아빠가 자기만 두고 어디를 가면 따라가고 싶어 해요. 그럼 저는 감자에게 거짓말을 하고 길을 나서죠.

 "엄마 병원 가야 돼. 아빠랑 다녀올 테니깐 놀다가 자고 있어."

아이한테 거짓말을 하고 길을 나선 것도 마음에 걸리고, 그런 마음에 영화가 끝나고 서둘러 집에 도착해서 보면 감자는 11시가 넘도록 자지 않고 엄마 아빠를 기다리고 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맡기고 얻는 시간은 불편한 자유가 되더라고요.


아이를 사랑하지만 혼자이고 싶은, 하지만 막상 혼자가 되고 몸만 혼자가 될 뿐 마음은 자유롭지 않은, 엄마가 된 이후의 저의 경험을 신데렐라로 풀어봤어요. 신데렐라도 엄마가 됐다면 같은 생각이지 않았을까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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