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감자가 볼록하게 커졌을 때 성실감자는 새침데기감자 배에 있던 아기감자를 똑하고 떼줬어요.
'응애, 응애, 응애, 응애'
새침데기감자 배에서 똑 떨어진 아기감자는 깜짝 놀라서 울음을 터뜨렸어요.
새침데기감자와 성실감자는 아기감자를 바라봤어요.
조그맣고 동글동글한 아기감자는 밝게 빛나고 있었지요.
그리고 엄마 아빠의 살을 반쪽씩 받은 아기감자의 귀는
동그랗고 이쁜 하트 반쪽 모양이었답니다.
'관상'이라는 영화가 있죠. 그 유명한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고 외치는 영화 다들 아시죠? 극 중 내경 역을 맡은 송강호는 수양대군 역을 맡은 이정재의 관상을 보고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굳어버려요. 왜냐하면 그는 역적의 상이었으니까요.
영화 소재로 나올 만큼 사람들은 사주만큼이나 관상에 신경을 많이 써요. 이마에 주름이 있으면 좋지 않다, 매부리코는 코집이 세다, 얇은 입술은 단명한다 등등... 믿거나 말거나 한 과거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관상에 대한 이론은 사람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는 하죠. 저 또한 사주와 관상의 이론 안에서 복잡해하던 사람 중 하나예요. 사실 벗어나지 못했죠.
요즘은 성형으로 관상도 바꿀 수 있는 시대인데. 좁은 이마나 짧은 턱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거예요. 아니 고민이 길지 않겠죠? 고민이 있다면 언제 병원으로 가야 하나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성형으로 귓불까지 바꿀 수 있는 시대인데, 이 정도면 키 빼고 다 바꿀 수 있는 거죠.
귓불 성형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저는 귓불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어요. 저는 귀가 작은 편이에요. 귀 둘레는 완곡하게 둥그런 모양인데 얇고 날카로운 칼귀가 항상 불만이었어요.
단어에서 전달되는 온기도 날카롭기만 해요. 칼귀라니, 왠지 험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죠. 왜 사람들이 부처님 귀를 가진 사람을 보면 복이 많다고들 하잖아요. 저는 귓불이 두툼한 사람을 볼 때마다 부러웠어요. 저절로 복이 쫓아다닐 것처럼 보였거든요.
콤플렉스 가득한 저에게 귀에 대한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건 어느 날 아침이었어요. 꾸역꾸역 먹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고군분투하던 중이었죠. 감자가 저를 빤히 쳐다보더니 얘기하더군요.
"엄마 귀 하트 반쪽 모양이네."
저는 깜짝 놀람과 동시에 감동을 받았어요. 복 없는 칼귀를 가졌다며 툴툴대고는 했는데 엄마를 사랑하는 감자의 눈에는 엄마 귀가 하트 모양으로 보였던 거예요.
우리는 사랑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소중한 존재들인데 어떤 단어로 가치를 매길 수 있을까요. 가벼운 말로 외모를 평가하는 일은 더욱이 옳지 않다고 생각 들어요. 칼귀라는 날카로운 표현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할 뿐이죠. 저는 앞으로 모든 이의 귀를 '하트 귀'라고 불러주기로 했어요. 부모님의 사랑으로 세상에 태어난 소중한 존재들, 거울을 보고 사랑을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