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인 사유와 질문의 고전 중 하나로 '나는 어디서 왔는가'가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이런 질문은 사춘기에서부터 시작되었죠. 내 안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아보았지만 종교와 철학에 문외한인 제 안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란 어려웠습니다. 사실 아직도 모르겠어요. 이 글을 읽을 때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고 저 글을 읽을 때면 저 말이 맞는 것 같고. 정해진 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닌 걸 보면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후련함은 사유의 시간에서 찾아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잊을만하면 생각나는 존재의 질문 앞에서 문득 어두운 우주 속 홀로 떠있는 별이 보였어요. 온 우주를 채우고 있는 100억 개의 은하와 그 안에서 헤매고 있는 셀 수없이 많은 별이 말이죠. 허황된 상상이지만 그 많은 별들은 우리 존재의 이유를 설명해 주는 거대한 돌덩어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이린아 시인과 함께하는 글쓰기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시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화로 시작해서 '사랑'이라는 주제로 시를 쓰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요. 사랑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제일 먼저 감자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제가 평소 생각하던 별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졌어요. 제게 있어서 사랑이란, 내가 알기도 전에 나를 선택해서 먼 길을 달려온 우리 감자, 그렇게 해서 저는 시가 아닌 나에게 오기 전에는 밤하늘에 별이었을 우리 감자의 이야기를 쓰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