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언제나 늦게 피는 꽃이 있다』

느려도 괜찮다는 말을, 이제는 믿어보려 한다.

by 쉼표

[프롤로그]

창밖을 보니 이웃집 정원에 꽃들이 한창이었다.

빨갛게, 하얗게 피어난 봄.

나의 정원은 아직 조용했다.


나는 늘 느린 사람이었다. 결정을 내릴 때도, 마음을 여는 일도, 뭔가를 시작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주변에선 늘 답답해했고, 스스로도 가끔은 그러는 나 자신이 싫었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해냈다는 소식, 누구는 또 앞서가고 있다는 비교 속에서 나는 자주 움츠러들었다. 내 속도는 언제나 남들보다 한 걸음이 느렸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려온 소리가 있었다.

"늦게 피는 꽃이 더 오래 향기롭데."

그 소리는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무언가를 늦게 시작하는 것이 게으르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 더 단단해진 시간들을 겪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빨리 무언가를 해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가 나답게 걷는 길이라는 것을 조금 알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조급함보다 나를 지키는 연습을 더 많이 하고 있다. 남의 속도가 아닌, 내 마음의 속도로 사는 연습을 한다.

꽃은 언제든 다시 피어난다.

그것은 그 꽃의 생명이다.

나는 그 속에서 끈기와 생명력의 완전함을 깨달았다.

snowdrop-4762982_960_720.jpg 늦게 피는 꽃은 더 오래 향기롭다.

[에필로그]

다시 창밖을 보았다.

이웃집 정원의 꽃들은 여전히 화려하다.

그리고 나의 정원에도, 이제 꽃이 피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우아한 자태를 품으며, 선명하게.


초록잎 위에 하얗게 피어나는 매듭꽃은

말없는 쉼표가 되어 조용히 피어나고 있다.


#감정 #성장 #자기긍정 #철학에세이 #쉼표의서재 #내면 #천천히성장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감정은 반응이 아니라, 당신이 만드는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