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괜찮다는 말을, 이제는 믿어보려 한다.
[프롤로그]
창밖을 보니 이웃집 정원에 꽃들이 한창이었다.
빨갛게, 하얗게 피어난 봄.
나의 정원은 아직 조용했다.
나는 늘 느린 사람이었다. 결정을 내릴 때도, 마음을 여는 일도, 뭔가를 시작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주변에선 늘 답답해했고, 스스로도 가끔은 그러는 나 자신이 싫었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해냈다는 소식, 누구는 또 앞서가고 있다는 비교 속에서 나는 자주 움츠러들었다. 내 속도는 언제나 남들보다 한 걸음이 느렸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려온 소리가 있었다.
"늦게 피는 꽃이 더 오래 향기롭데."
그 소리는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무언가를 늦게 시작하는 것이 게으르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 더 단단해진 시간들을 겪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빨리 무언가를 해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가 나답게 걷는 길이라는 것을 조금 알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조급함보다 나를 지키는 연습을 더 많이 하고 있다. 남의 속도가 아닌, 내 마음의 속도로 사는 연습을 한다.
꽃은 언제든 다시 피어난다.
그것은 그 꽃의 생명이다.
나는 그 속에서 끈기와 생명력의 완전함을 깨달았다.
[에필로그]
다시 창밖을 보았다.
이웃집 정원의 꽃들은 여전히 화려하다.
그리고 나의 정원에도, 이제 꽃이 피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우아한 자태를 품으며, 선명하게.
초록잎 위에 하얗게 피어나는 매듭꽃은
말없는 쉼표가 되어 조용히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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