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좁혀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비가 멈춘 뒤, 도시는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가로등 불빛이 젖은 도로 위로 길게 번져, 마치 시간마저 흐르기를 멈춘 듯 보였다.
그 순간, 사람들 사이로 그가 나타났다.
이번엔,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다.
손끝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내 어깨에 스며들었다.
차갑고 작은 그 촉각이, 마치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 속엔, 지난날이 겹쳐 있었다.
봄의 설렘과 겨울의 침묵, 희망과 포기 사이의 모든 시간이.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그와 나 사이의 거리는 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발끝이 땅에 붙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도시 한복판, 수많은 불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우리는 그렇게 멈춰 서 있었다.
그때, 멀리서 버스 엔진음이 들려왔다.
점점 가까워지는 그 소리.
멈춤이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나는 그를 봤다.
그도 나를 봤다.
우리는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다시 만나도 같은 방향으로 걸을 수 있을지를.
이 거리가 정말 가까워진 것인지, 아니면 더 멀어진 것인지를.
손끝이 닿을 만큼 가까워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달았다.
거리와 마음은, 서로 다른 것이었다.
다음 화 예고
버스 문이 열리자, 차가운 밤공기가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공기 사이로, 오래 숨겨둔 진심이 비집고 나왔다.
《모래 위에 피어난 물결의 입맞춤》 전편
→ 1화. 프롤로그 – 파도 너머의 속삭임
→ 2화. 다시 부르는 노래 – 기억의 파편
→ 3화. 파도는 늘 제자리로 들어오니까
→ 4화. 그 바다 끝에서 마주한 빛
→ 5화. 장맛비가 멈춘 뒤, 그가 앉아 있던 자리
→ 6화. 너는 그날, 나를 잊지 않았구나
→ 7화. 낯선 거리, 익숙한 사람
→ 8화. 도시의 틈, 그곳에 스며든 마음
같은 작품을 다른 플랫폼에서도 만나보세요!
◆ 티스토리 블로그: https://2abaekwebsite.tistory.com
◆ 네이버: https://blog.naver.com/js358253
◆ 워드프레스: https://star5435.com
쉼표, Comma. Pause. Breathe. Write.
남쪽 끝 바다마을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단어로 하루를 건너고, 바람으로 마음을 적십니다.
마음을 쓰는 사람. 바쁜 하루의 결에, 작은 쉼 하나를 놓습니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글로 기록합니다. 당신의 하루 끝에 작은 위로를 전합니다.
#단편소설 #감성소설 #브런치글 #재회 #거리 #손끝 #가까움 #멀어짐 #도시 #밤거리 #버스 #신호 #진심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