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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눈」 2화 – 별빛아래, 그가
돌아왔다

"그 눈빛은 예전과 달랐다"

by 쉼표


바다는 고요했다. 별빛이 머무는 자리 앞에서, 나는 한동안 숨을 고르지 못했다. 멀리서 겹쳐 들리던 발소리는 점점 선명해졌고, 그 리듬은 오래전에 내 마음속에 새겨둔 그대로였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을 때,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변함없이 바다를 등지고 서 있었다. 다만, 예전과 다른 건 눈빛이었다. 그 눈에는 긴 시간의 무게와, 아직 풀리지 않은 이야기들이 고여 있었다.


"오랜만이네."


그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내게 닿았다.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따뜻했다. 기억 속의 그 온도 그대로였다. 나는 대답 대신 작은 숨을 삼켰다. 그동안 준비했던 모든 말들이, 미안하다는 말도, 그리웠다는 말도, 마치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별빛과 가로등 불빛이 섞인 자리에서, 우리는 몇 걸음 사이를 두고 마주 섰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그 순간, 바다는 묵묵히 물결을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의 시간에 대해, 그리고 그가 떠난 이유에 대해 묻고 싶었다. 하지만 먼저 나온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여전히, 바다를 좋아하네."


그는 잠시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웃음은 짧았지만, 그 안에는 오래 전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가 함께 있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해변을 따라 걸었다. 바닷바람이 머리칼을 스치고, 모래 위에서 발자국이 나란히 이어졌다. 그는 내가 묻지 않은 질문에 대답하듯,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떠났던 시간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어떤 계절을 지나왔는지, 그리고 왜 다시 돌아왔는지.


"어디 있었어?"


내가 물었을 때,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많은 곳." 그가 대답했다. "네가 좋아할 만한."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잔잔했고, 단어 하나하나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사라졌다. 그러나 나는 그의 모든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기엔 너무 많은 공백이 있었다.


"그래도 돌아왔잖아."


그가 마지막으로 한 이 말이, 내 마음속에 깊이 박혔다. 마치 그 문장 하나로 모든 설명을 대신하겠다는 듯.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별빛이 그의 어깨 위에서 잔잔히 흔들리고 있었다.


파도가 발끝을 적셨다. 차가운 물이 모래 사이로 스며들고, 다시 빠져나갔다.


그 순간, 깨달았다. 다시 마주한 순간이란, 단지 눈앞의 그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잃었다고 믿었던 마음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바다는 여전히 파도를 밀어내고 있었다. 우리의 발자국은 조용히, 나란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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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Comma.

Pause. Breathe. Write.

남쪽 끝 바다마을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단어로 하루를 건너고,
바람으로 마음을 적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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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쉼표.
Pause. Breathe. Writ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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