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베트남 문화: 흐름 속에서 배우는 삶의 철학」

다낭에서 만난 자연 속의 지혜, 날씨가 가르치는 인생의 철학

by 쉼표


천둥이 울리고 폭우가 쏟아져 내린다, 어느 순간 햇빛이 쨍하게 나타나는 베트남의 날씨처럼, 이 땅의 문화도 요란함과 질서가 함께 춤을 춘다. 54개 민족이 한 나라 안에서 각자의 차이를 존중하며 살아가고, 오랜 역사 속에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베트남. 그 안에 담긴 깊고 아름다운 문화적 철학을 함께 살펴보자.


다낭에서 꽝하이로 가는 길-베트남20251024_072526369.jpg

꽝하이 가는 길, 비 오는 아침의 드라마틱한 하늘 — 베트남의 날씨는 하루 안에 모든 감정을 담아낸다


베트남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지도나 가이드북이 아니다. 그것은 이 땅의 자연을 느끼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음식의 맛을 음미하는 것이다.

베트남의 문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 땅의 자연을 느껴야 한다. 천둥이 울리고 폭우가 쏟아져 내린다, 어느 순간 햇빛이 쨍하고 나타나는 그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베트남의 문화도 유연함과 강함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베트남 문화의 가장 깊은 특징이 아닐까.


메콩강과 홍강: 흐름의 문명

베트남의 두 큰 강인 메콩강과 홍강은 단순한 지리적 표식이 아니다. 이 강들은 베트남 문명의 혼을 담아내고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베트남 사람들도 고정된 형태를 유지하기보다는 흐르면서 적응하고, 상황에 맞춰 변화한다. 강물이 돌을 만나면 우회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 것처럼, 베트남 역사는 수많은 외침과 시련을 겪었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흘러가고 있다.


농경 문명 속에서 발전한 베트남 문화는 물의 리듬을 따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혜를 담고 있다. 계절에 따라 물을 다루고, 홍수를 견디고, 가뭄에 대비하는 과정 속에서 인내와 유연함이 자연스럽게 배어들었다. 이러한 경험들이 모여, 베트남 사람들은 삶의 어려움을 또 다른 흐름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함을 갖게 되었다.


가족 중심의 생명관: 조상과 현재의 대화


베트남 문화의 핵심에는 가족이 있다. 그것도 단순한 현재의 가족이 아니라, 과거의 조상과 미래의 후손을 모두 포함한 생명의 연속성이다. 음력 설 때마다 베트남 사람들이 정성껏 차례를 차리고 조상을 모신다. 이것은 종교적 의식이라기보다는, 끊어진 시간의 흐름을 다시 연결하려는 문화적 실천이다.


현재의 나는 과거 조상들의 희생과 노고 위에 존재하고,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인식이 담겨있다. 이러한 시간관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개인적 고통과 어려움을 자신만의 것으로 국한시키지 않게 해 준다. 대신, 그것을 역사의 한 부분으로 보면서 견딜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가족의 무게와 책임이 때로는 무겁지만, 그 속에서도 개인의 존엄성을 지켜나가는 방식이 베트남식 삶의 지혜다.


다낭 출글길-베트남20251024_072522727.jpg

다낭 출근길, 국기가 휘날리는 거리와 울창한 나무들 — 베트남의 자부심과 정체성이 담긴 일상의 풍경


공동체와 개인: 다름을 받아들이는 문화


베트남 사회는 겉으로는 위계적이고 질서 정연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놀라운 유연성과 다양성이 존재한다. 베트남은 54개의 소수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다. 민족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산지에는 따이족, 목족, 자라이족 등 다양한 민족들이 자신만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의상, 음식, 축제, 신앙은 모두 다르지만, 그 차이를 받아들이려는 문화적 토양이 형성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베트남이 여러 외침 속에서도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지역마다 다른 음식 문화, 방언, 생활 방식이 있지만, **"베트남"**이라는 큰 정체성 아래에서 그 모든 차이를 존중하고 포용한다. 개인과 공동체의 균형을 이루는 이러한 방식은, 현대 사회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한다.


음식 문화: 맛의 조화와 삶의 철학


베트남 음식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철학의 표현이다.


쌀국수 한 그릇에 담긴 세계관

쌀국수 한 그릇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물은 오래 끓인 뼈에서 나오고, 여기에 신선한 허브와 야채, 고기가 어우러진다. 신맛, 단맛, 매운맛, 짠맛, 쓴맛이 모두 한 그릇에 담긴다. 어느 하나도 다른 것을 압도하지 않으면서, 모든 맛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똠(새우) 땀끼(다낭)특산물-베트남20251024_073025371.jpg

다낭 특산물, 신선한 똠(새우)과 향신료 — 베트남의 음식은 맛의 조화 속에서 삶의 철학을 담아낸다


이는 베트남 문화 전체를 상징하는 것 같다. 역사 속의 여러 문명(중국, 프랑스, 인도, 동남아시아)이 베트남에 영향을 주었지만, 그 모든 영향을 베트남식으로 재해석하고 소화해 냈다. 외래의 것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지혜. 이것이 바로 베트남 음식 문화에서 배울 수 있는 깊은 메시지다.


땀끼해변-JS작-문대표 친구분과 함께 한 오후 하늘20251018_220938466_03.jpg

땀끼 해변의 석양, 야자나무가 춤을 추듯 흔들리는 모습 — 강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으면서 우아하게 흔들리는 야자나무처럼 베트남 문화도 흐른다


축제: 시간의 원형성과 재생의 염원

베트남의 축제들, 특히 음력 설인 테트는 단순한 시간의 구분이 아니라, 시간의 재생을 의미한다. 낡은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온다는 것은, 죽음과 재생의 순환을 의미한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빚을 갚고, 집을 청소하고, 마음을 비운 후 새로 시작한다.

이것은 마치 비 온 후 땅이 다시 단단해지는 과정과 같다. 고통과 어려움도 이 순환 속에서는 일시적인 것이 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여름 축제들에서 나타나는 물과 불, 빛과 어둠의 상징도 마찬가지다. 이는 자연의 변화를 축제라는 문화적 실천 속에서 재현하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문화적 태도를 보여준다.


중추절 행사 20251024_080127252.jpg

베트남 중추절 밤거리를 수놓는 거대한 용 모양 축제 장식 — 빨강과 노랑의 색감이 밤하늘에 환히 빛나며, 공동체 전체가 함께하는 재생의 순간을 상징한다. 시간의 순환 속에서 새로운 해의 도래를 축하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기쁨과 염원이 담겨있다.


두리안과 아보카도 리치과일-앰어이가 가져옴_20251024_073534724.jpg

두리안, 아보카도, 리치 — 베트남의 풍부한 자연의 선물, 각각의 맛과 향이 조화를 이루듯 베트남 문화도 다양성 속의 통일을 이룬다


베트남 문화의 본질: 유연함 속의 강함


베트남 문화의 가장 아름다운 측면은, 그것이 고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자나무가 강한 바람에 휘청거리지만 쓰러지지 않는 것처럼, 베트남 문화도 외부의 영향에 흔들리지만 근본을 잃지 않는다. 오랜 독립 전쟁 속에서도, 경제 발전의 과정 속에서도, 급속한 현대화의 와중에서도, 베트남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치관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 땅의 날씨가 요란하면서도 규칙성이 있듯이, 베트남 문화도 혼란 속에서도 깊은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의 균형, 전통과 현대의 조화, 개방과 정체성의 보존 — 이 모든 것들이 베트남 문화 속에서 춤을 추고 있다.


그래서 베트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베트남의 역사나 관광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삶이 흘러가는가를 느끼는 것이다. 어떻게 사람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지, 어떻게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하나로 뭉칠 수 있는지, 그러한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다.


베트남 땅에서 배우는 이 모든 것들은, 단순한 여행 경험을 넘어 내 인생의 큰 자산이 되어주고 있다.


✨ ✨ ✨ ✨ ✨

작가 소개

쉼표는 현재 베트남 다낭에서 살아가며, 매일 이 땅의 자연과 문화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습니다. 날씨의 변화무쌍함 속에서, 사람들의 온기 속에서, 음식의 맛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철학들을 글과 관찰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의 경험이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고,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쉼표》 구독하기
https://brunch.co.kr/@39d166365bd047c


#베트남 #베트남문화 #다낭 #여행 #문화 #철학 #자연과 삶 #에세이 #베트남여행 #삶의 지혜 #공동체 #가족 #음식문화 #브런치 #감성 #인문학


작가 쉼표.
Pause. Breathe. Write again.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별의 눈」 4화 : 파도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