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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눈」 4화 : 파도의 그림자

떠남을 말하는 순간, 마음에 드리운 첫 그림자

by 쉼표


벌빛 아래,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다는 여전히 파도를 밀어내고 있었지만, 그 소리는 조금 전보다 차갑게 들렸다. 내 옆에 앉은 그는, 가까이 있지만 이상할 만큼 멀게 느껴졌다.


그의 손이 잠시 내 쪽으로 움직였다가, 다시 무릎 위로 돌아갔다. 그 짧은 망설임 속에서 나는 알 수 없는 불안을 느꼈다.


"내일은 떠나." 그 한마디가 벌빛 아래에 가라앉았다. 나는 그 말이 농담이 아니란 걸, 그의 눈빛에서 바로 알아차렸다.


"돌아왔잖아. 그런데 또 가겠다고?" 목소리가 예상보다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 머물지도 않았다. "해야 할 일이 있어. 여기서 오래 머무를 수 없어."


그 순간, 벌빛은 따뜻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서서히 그림자가 번져갔다. 다시 잃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바닷바람보다 깊숙이 스며들었다.


바다는 여전히 파도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나는 그 소리 너머로 다가오는 또 다른 소리를 들었다. 멀리서부터,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 그 발자국이 누구의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아직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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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Comma.

Pause. Breathe. Write.

남쪽 끝 바다마을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단어로 하루를 건너고,
바람으로 마음을 적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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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쉼표.
Pause. Breathe. Writ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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