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주는 순간, 사랑은 더 깊어졌다.
작가 쉼표
시간이 멈춘 듯한 어느 해안가에서,
단어로 마음을 적시는 사람.
놓아주는 건, 끝이라고 믿었다.
사랑을 붙잡지 못하는 건 나약함이라 생각했고,
함께할 수 없다는 현실은
나를 무너뜨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를 놓아준 뒤에도,
마음은 여전히 그를 향하고 있었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어졌고,
더 조용해졌으며,
더 단단해졌다.
그제야 알았다.
놓아주는 건 끝이 아니라,
다시 피워내는 시작이었다.
그 마음은 나를 다시 쓰게 했다.
새벽 3시 33분,
베트남 다낭 어느 한 적한 곳
해안가 숙소에서
나는 또 깨어났고, 또 썼다.
30년 동안 이 시간에 깬 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제
붙잡지 않고,
놓아주고,
다시 피워내는 사람이다.
그 마음으로,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백합은 아직 피고 있다》
프롤로그: 새벽 3시 33분
시간이 멈춘 듯한 어느 해안가 숙소.
천장에 매달린 낡은 선풍기가 느릿하게 돌고 있었다.
창밖에선 야자수 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다영은 또 잠에서 깼다.
늘 그랬듯, 새벽 3시 33분.
그 시간은 이상하게도,
그를 조용히 깨우곤 했다.
노트북을 켰다.
빈 화면이 다영을 바라봤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꺼내볼까.
누군가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아직 아무것도 쓰지 않았지만,
마음속엔 조용히 피어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건 오래된 기억일 수도,
다시 시작되는 사랑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다영은 알았다.
백합은 아직 피고 있다.
그들의 사랑은, 꺾이지 않았다.
땀끼_해안가에서.
“2025년 10월 26일, — by 작가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