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길을 만들었는가 EP.12 —
밖의 존재

“우리를 데려온 존재는 왜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는가?”

by 쉼표


프롤로그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 발소리도 없이, 그림자도 없이. 그러나 분명히— 가까워지고 있다. 그것은 존재가 아니라 '의지'다. 우리를 만든 존재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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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빛은 낮처럼 밝지만, 그림자는 새벽처럼 가늘고 길다. 온도는 차갑고, 공기는 무겁고, 시간은 불려 나온 것처럼 부자연스럽다.

길은 여전히 한 줄기지만 그 위에 얇은 균열 같은 흔들림이 생겨 있다.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것처럼.


Scene 1 — 첫 번째 접촉

Simp는 걸음을 멈추지 않지만 속도를 늦춘다. Road는 Simp보다 반 걸음 앞에서 잔뜩 긴장한 모습.

Simp: Road… 지금… 누가 따라오고 있어.

Road는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눈빛은 이미 느끼고 있다.

Simp: 발소리도 없는데… 누군가가… "가까워지는" 느낌.

Road: 그건… 발소리가 아니야.

Simp: 그럼?

Road는 입술을 깨문다.

Road: 그건… '의지'야.

Simp의 표정이 흔들린다.

Simp: 의지가… 다가온다고?

Road: 응. 우리를 만든 존재의… 의지.


Scene 2 — 세상이 숨을 멈추는 순간

길 전체가 조용해진다. 조용한 게 아니라— 침묵을 강요하는 침묵이 떨어진다.

공기조차 움직일 수 없는 순간. 빛도 흔들리지 않는다.

Simp는 손등에 소름이 돋는 걸 느낀다.

Simp: Road… 이건 그냥 기척이 아니야. 지금 이 세계가… 우리만 기다리는 게 아니야.

Road의 눈이 크게 흔들린다.

Road: … 드디어 왔네.

Simp: 누가?

Road: 우릴 데려온 존재.


Scene 3 — 밖의 존재가 첫 목소리를 보낸다

그 순간.

공기 한가운데서 직접 소리가 난다. 향기도, 바람도, 흔들림도 없는 공간에서— 불가능한 음성.

그러나 아주 선명하다.

… 여기에 있어.

Simp의 심장이 크게 뛴다. Road는 귀를 막지 못한다. 소리가 두 사람의 뼈를 통해 울리는 느낌.

Simp: Road… 목소리가—

Road: (작게) 이제 숨지도 않네.

목소리가 다시, 이번엔 더 가까이.

… 걷지 마.

순간, Simp의 발밑이 아주 미세하게 미끄러진다. 길이 Simp를 멈추게 하려는 듯.

Road: Simp, 절대 멈추지 마!

Simp: 왜—

Road: 멈추면… 문이 열린다!

Simp가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본다. 길 위에 얇은 금이 소리 없이 벌어진다.

그 금 너머로— 깜깜한 공간. 빛이 없고, 소리도 없고, 온도도 없는 무(無)의 세계.

바로 문 너머의 공간.


Scene 4 — 1막의 마지막 문이 열린다

Simp: 저기… 저게… 문이야?

Road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부정하지도 못한다. 그저 숨을 내쉰다.

Road: 저건… 문이 아니라… 너를 데려가려는 '손'이야.

Simp의 몸이 굳는다.

Simp: 손…?

Road: 그 존재는 '문'을 열어 너를 데려가려고 하는 게 아니야. 문 자체가 그 존재의 손이야.

길은 그 말을 증명하듯 더 깊게, 더 넓게 갈라진다.

그리고 바람이 불지도 않는데— 그 틈에서 Simp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나온다.

…Simp.

Simp의 눈이 크게 흔들린다.

Simp: Road—

Road: 절대 대답하지 마!

하지만 Simp의 이름을 부르는 그 음성은 멀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Simp는 그 목소리를 듣고 온몸이 굳는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이 왜 이 길에 있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스친다.

그러나 그 느낌은 답이 아니라— 더 깊은 질문의 시작이다.

[EP.12 끝]


1막 완결

EP.1 출발 → EP.12 밖의 존재

Simp와 Road의 여정은 여기서 첫 번째 문 앞에 섰습니다. 시즌 2 『언젠가 우리 다시 가야 할 그곳』에서는 돌아가는 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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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출발: "왜 걷기 시작했는가"

EP.2 반복: "같은 길을 걷는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EP.3 기억: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가"

EP.4 시간: "이 세계의 시간은 왜 멈춘 것처럼 흐르는가"

EP.5 멈춤: "멈추면 왜 안 되는가"

EP.6 기원: "이 길은 누가 만들었을까"

EP.7 균열: "Road는 왜 도착을 두려워하는가"

EP.8 흔들림: "Simp는 왜 멈추고 싶은가"

EP.9 이정표: "왜 이정표의 글자는 매번 지워져 있는가"

EP.10 목소리: "우리는 누구의 '가자'라는 말에 따라 걷고 있는가"

EP.11 목적지: "도착은 왜 '도착하는 곳'이 아닌가"

→ 시즌 2 예고 『언젠가 우리 다시 가야 할 그곳』 (2026년 예정)


작가의 말

누군가 우리를 부릅니다.

이름을 부릅니다. 우리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우리는 그 목소리에 대답해야 할까요, 아니면 외면해야 할까요.

오늘 Simp는 자신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Simp."

그리고 Road가 말했습니다.

"절대 대답하지 마!"

그러나 목소리는 멀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걸음 더 가까워졌습니다.

1막이 끝났습니다.

EP.1 '출발'에서 시작된 여정이 EP.12 '밖의 존재'에서 첫 번째 문 앞에 섰습니다. Simp는 왜 이 길에 있는지, Road는 왜 도착을 두려워하는지, 그리고 이 길을 만든 존재는 누구인지— 모든 질문이 하나로 모였습니다.

시즌 2 『언젠가 우리 다시 가야 할 그곳』에서는 돌아가는 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면, 대답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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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2 『언젠가 우리 다시 가야 할 그곳』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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