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데려온 존재는 왜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는가?”
프롤로그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 발소리도 없이, 그림자도 없이. 그러나 분명히— 가까워지고 있다. 그것은 존재가 아니라 '의지'다. 우리를 만든 존재의 의지.
무대
빛은 낮처럼 밝지만, 그림자는 새벽처럼 가늘고 길다. 온도는 차갑고, 공기는 무겁고, 시간은 불려 나온 것처럼 부자연스럽다.
길은 여전히 한 줄기지만 그 위에 얇은 균열 같은 흔들림이 생겨 있다.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것처럼.
Scene 1 — 첫 번째 접촉
Simp는 걸음을 멈추지 않지만 속도를 늦춘다. Road는 Simp보다 반 걸음 앞에서 잔뜩 긴장한 모습.
Simp: Road… 지금… 누가 따라오고 있어.
Road는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눈빛은 이미 느끼고 있다.
Simp: 발소리도 없는데… 누군가가… "가까워지는" 느낌.
Road: 그건… 발소리가 아니야.
Simp: 그럼?
Road는 입술을 깨문다.
Road: 그건… '의지'야.
Simp의 표정이 흔들린다.
Simp: 의지가… 다가온다고?
Road: 응. 우리를 만든 존재의… 의지.
Scene 2 — 세상이 숨을 멈추는 순간
길 전체가 조용해진다. 조용한 게 아니라— 침묵을 강요하는 침묵이 떨어진다.
공기조차 움직일 수 없는 순간. 빛도 흔들리지 않는다.
Simp는 손등에 소름이 돋는 걸 느낀다.
Simp: Road… 이건 그냥 기척이 아니야. 지금 이 세계가… 우리만 기다리는 게 아니야.
Road의 눈이 크게 흔들린다.
Road: … 드디어 왔네.
Simp: 누가?
Road: 우릴 데려온 존재.
Scene 3 — 밖의 존재가 첫 목소리를 보낸다
그 순간.
공기 한가운데서 직접 소리가 난다. 향기도, 바람도, 흔들림도 없는 공간에서— 불가능한 음성.
그러나 아주 선명하다.
… 여기에 있어.
Simp의 심장이 크게 뛴다. Road는 귀를 막지 못한다. 소리가 두 사람의 뼈를 통해 울리는 느낌.
Simp: Road… 목소리가—
Road: (작게) 이제 숨지도 않네.
목소리가 다시, 이번엔 더 가까이.
… 걷지 마.
순간, Simp의 발밑이 아주 미세하게 미끄러진다. 길이 Simp를 멈추게 하려는 듯.
Road: Simp, 절대 멈추지 마!
Simp: 왜—
Road: 멈추면… 문이 열린다!
Simp가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본다. 길 위에 얇은 금이 소리 없이 벌어진다.
그 금 너머로— 깜깜한 공간. 빛이 없고, 소리도 없고, 온도도 없는 무(無)의 세계.
바로 문 너머의 공간.
Scene 4 — 1막의 마지막 문이 열린다
Simp: 저기… 저게… 문이야?
Road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부정하지도 못한다. 그저 숨을 내쉰다.
Road: 저건… 문이 아니라… 너를 데려가려는 '손'이야.
Simp의 몸이 굳는다.
Simp: 손…?
Road: 그 존재는 '문'을 열어 너를 데려가려고 하는 게 아니야. 문 자체가 그 존재의 손이야.
길은 그 말을 증명하듯 더 깊게, 더 넓게 갈라진다.
그리고 바람이 불지도 않는데— 그 틈에서 Simp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나온다.
…Simp.
Simp의 눈이 크게 흔들린다.
Simp: Road—
Road: 절대 대답하지 마!
하지만 Simp의 이름을 부르는 그 음성은 멀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Simp는 그 목소리를 듣고 온몸이 굳는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이 왜 이 길에 있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스친다.
그러나 그 느낌은 답이 아니라— 더 깊은 질문의 시작이다.
[EP.12 끝]
1막 완결
EP.1 출발 → EP.12 밖의 존재
Simp와 Road의 여정은 여기서 첫 번째 문 앞에 섰습니다. 시즌 2 『언젠가 우리 다시 가야 할 그곳』에서는 돌아가는 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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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출발: "왜 걷기 시작했는가"
EP.2 반복: "같은 길을 걷는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EP.3 기억: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가"
EP.4 시간: "이 세계의 시간은 왜 멈춘 것처럼 흐르는가"
EP.5 멈춤: "멈추면 왜 안 되는가"
EP.6 기원: "이 길은 누가 만들었을까"
EP.7 균열: "Road는 왜 도착을 두려워하는가"
EP.8 흔들림: "Simp는 왜 멈추고 싶은가"
EP.9 이정표: "왜 이정표의 글자는 매번 지워져 있는가"
EP.10 목소리: "우리는 누구의 '가자'라는 말에 따라 걷고 있는가"
EP.11 목적지: "도착은 왜 '도착하는 곳'이 아닌가"
→ 시즌 2 예고 『언젠가 우리 다시 가야 할 그곳』 (2026년 예정)
작가의 말
누군가 우리를 부릅니다.
이름을 부릅니다. 우리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우리는 그 목소리에 대답해야 할까요, 아니면 외면해야 할까요.
오늘 Simp는 자신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Simp."
그리고 Road가 말했습니다.
"절대 대답하지 마!"
그러나 목소리는 멀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걸음 더 가까워졌습니다.
1막이 끝났습니다.
EP.1 '출발'에서 시작된 여정이 EP.12 '밖의 존재'에서 첫 번째 문 앞에 섰습니다. Simp는 왜 이 길에 있는지, Road는 왜 도착을 두려워하는지, 그리고 이 길을 만든 존재는 누구인지— 모든 질문이 하나로 모였습니다.
시즌 2 『언젠가 우리 다시 가야 할 그곳』에서는 돌아가는 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면, 대답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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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2 『언젠가 우리 다시 가야 할 그곳』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