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멈추는 법을 안다

끝을 본 사람만이, 스스로를 지키는 멈춤을 선택한다

by 쉼표


프롤로그


우리는 너무 자주
멈추는 사람을 약하다고 말한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설 수는 없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나를 앞으로 가게 했지만
동시에 나를 가장 늦게 멈추게 했다.


이 글은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가본 사람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끝에서
왜 멈추는 선택이 필요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끝을 향해 걸어온 길 위에서, 잠시 멈춰 서 있는 한 사람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멈추는 법을 안다-본문용(여성)Image 2025년 12월 28일 오전 03_09_25.png 이 이미지는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멈춤의 순간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선택의 시간을 상징한다.

끝까지 가본 적이 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무너지는 지점까지.
사람들이 말하는 ‘조금만 더’라는 말이
사실은 가장 잔인한 말이라는 걸 알게 될 때까지.


우리는 멈추는 사람을 쉽게 판단한다.
포기했다고 말하고,
참지 못했다고 단정한다.
하지만 진짜 끝을 본 사람은 안다.
멈춤은 도망이 아니라 판단이라는 걸.


나는 오래 버티는 사람이었다.
할 수 없는 이유보다
해야 하는 이유를 더 많이 만들며 살았다.
그래서 멈추지 못했다.
아니, 멈춰야 할 순간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끝을 향해 갈수록 스스로에게 더 가혹해진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 정도로 끝낼 순 없다는 말로
자기 자신을 설득한다.
그 설득이 반복되면
선은 어느새 무너진다.


정말 무서운 건
지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지친 줄도 모른 채 계속 걷는 것이다.
몸은 신호를 보내는데
마음이 그 신호를 무시한다.
그때부터 우리는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는 상태가 된다.


끝까지 가본 사람은 안다.
더 가면 회복이 아니라 파손이라는 걸.
그래서 멈춘다.
다시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멈춘다는 건
패배 선언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지금의 나를 살리는 선택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끝을 모르는 사람은 할 수 없다.


요즘 나는
조금 더 빨리 멈추는 연습을 한다.
더 이상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을 알아보려 한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지 않기로 한다.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멈춰야 할 자리를 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아는 사람은
언젠가 다시
자기 속도로 걷기 시작한다.



에필로그


이제는 안다.
모든 길의 끝에 답이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어떤 길은
끝까지 가봐야
더 이상 가면 안 되는 이유를 알려준다.


멈춘다는 건
삶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선택하는 일이다.


끝까지 가본 사람은
다시 걷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을 안다.
그리고 언젠가,
자기 속도로 다시 출발할 줄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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