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끝까지 가야만 멈출 수 있었을까

멈추기 위해, 나는 끝까지 가야 했다

by 쉼표

프롤로그


나는 늘
끝까지 가야만 멈출 수 있었다.


조금 덜 가도 되었을 텐데,
조금 일찍 돌아와도 괜찮았을 텐데.
그런 선택지는
내가 나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이 글은
왜 나는 늘 마지막까지 가야 했는지,
그리고 그 끝에서야
비로소 멈출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기록이다.


해 질 무렵 안개 낀 산길이 멀리 이어지는 고요한 풍경

“지금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풍경” Image 2025년 12월 27일 오후 07_54_21.png 해 질 무렵의 산길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사람의 흔적은 없고, 길과 하늘만 남아 있다.

이 풍경은 끝까지 가야만 멈출 수 있었던 시간 이후, 더 이상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마음의 상태를 담고 있다.



나는 왜 항상
끝까지 가야만 멈출 수 있었을까.


조금만 덜 가도 되었을 텐데,
조금만 일찍 멈춰도
아무도 나를 비난하지 않았을 텐데.
그런데도 나는 늘
마지막까지 가야 했다.


아마도
나는 멈추는 법을 몰랐기보다
멈춰도 괜찮다는 허락을
스스로에게 주지 못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버티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배웠다.
끝까지 가는 사람이
책임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평가도, 관계도, 나에 대한 신뢰도.


그래서 나는
끝을 봐야만 했다.
더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그래야 비로소
“여기까지 해도 된다”라고
나 자신에게 말할 수 있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끝에 도착했을 때
기대했던 감정은 오지 않았다.
성취도, 후련함도 아니었다.
대신 아주 작은 안도감이 있었다.


아, 이제 정말 멈춰도 되는구나.


그때서야 알았다.
나는 성공을 위해 달린 게 아니라
멈출 자격을 얻기 위해
끝까지 왔다는 걸.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꽤 슬픈 방식의 성실함이었다.
자신을 증명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고 믿었던 사람의 태도.


그래서 나는 이제
끝까지 가는 사람보다
스스로를 먼저 살피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조금 남겨 두고 돌아오는 연습,
완주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연습.


끝까지 가야만 멈출 수 있었던 나는
이제 조금 덜 가도
나를 버리지 않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아마 이게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일 것이다.




애필로그


이제는 안다.
멈추는 데에도
자격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시간이
나를 얼마나 오래 붙잡고 있었는지.


끝까지 가야만 멈출 수 있었던 나는
조금 덜 가도
나를 버리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멈춘 자리에서도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아졌다.


이 글은
그 연습의 한 페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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