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속 짧은 여행

엄마와 보낸 마지막 두 달에 대하여

by 쉼표

엄마! 나 왔어.


병실에 들어설 때마다
나는 늘 그렇게 말했다.
마치 잠깐 외출했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처럼.


병실에서의 시간은
시계로 흐르지 않았다.
낮과 밤은 희미해졌고
날짜는 의미를 잃었다.
대신
엄마의 숨,
손의 온기,
눈을 뜨는 순간이
하루의 기준이 되었다.


암 투병으로 이어진
두 달간의 병원 생활.
사람들은 그것을
힘든 시간이라고 불렀지만
나에게 그 시간은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여행이었다.


여행처럼
챙길 것이 있었고,
놓쳐버린 말도 있었고,
끝내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조용히 쌓여갔다.


그럼에도
나는 그 시간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도
확신한다.


그 두 달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한 선택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엄마는 그렇게
내 곁에서 떠나셨다.
크게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무엇을 아는지
이미 알고 있는 얼굴로.


그렇게 엄마를 보내고
3년이 흘렀다.
나는 이곳, 베트남에 와 있다.
다른 언어,
다른 계절,
다른 삶.


하지만
그 두 달은
아직도 내 안에서
끝나지 않았다.


끝내 다 하지 못한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기억 속을 맴돌며
나를 더 조심스럽게 만들고,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든다.


긴 시간 속의 짧은 여행은
이제
영원한 엄마와의 추억이 되었고,
나는 그 여행을 품은 채
오늘도 살아간다.


엄마에게


엄마,

오늘은 물망초를 놓고 왔어요.


잊지 않겠다는 말 대신
조용히 기억하겠다는 마음으로.


엄마가 꽃들과 대화하시던 것처럼
나도 오늘은
아무 말 없이
꽃 옆에 서 있었어요.


엄마는 늘
마음이 고운 분이셨지요.
그래서
이 꽃이 엄마를 많이 닮았어요.

엄마와의 추억여행에서 물망초 Image 2026년 1월 19일 오전 06_14_11.png

엄마! 이 꽃 기억나세요.

우리 집 앞 뜰에 피어있던 물망초

올봄에도 말없이 피어나겠죠... 보고 싶어요 엄마 사랑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