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이미 끝난 일들을 다시 붙잡고 산다.
끝났다는 말은 너무 단정해서, 그 안에 남아 있는 감정들을 데려가지 못한다. 마침표를 찍었는데도 문장이 계속 맴도는 것처럼, 어떤 일들은 끝났다고 말한 뒤에도 오래도록 가슴 어딘가에 걸려 있다. 사람들은 잘 끝내는 법을 배우라고 말하지만, 나는 잘 끝내지 못한 마음들이 오히려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었다고 믿는다.
누군가는 그것을 미련이라고 부르겠지만, 어떤 마음은 정리의 대상이 아니라 체온처럼 남아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나간 관계, 끝내 말하지 못한 문장,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달라졌을 풍경들. 나는 그것들을 가끔씩 꺼내어 본다. 괜찮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여전히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어떤 장면이 떠오른다. 오래전 나눈 대화, 그 사람의 표정, 창밖으로 보이던 거리의 색깔 같은 것들. 그때는 무심히 지나쳤는데,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순간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지나간 일들을 함부로 지우지 못한다.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 결국 나라는 사람을 이루고 있으니까.
끝내지 못한 마음으로 산다는 건, 늘 조금 늦게 도착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야 의자를 고쳐 앉고,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을 혼자 중얼거린다. 대화가 끝난 뒤에야 하고 싶었던 말이 떠오르고, 손을 흔들고 돌아선 뒤에야 눈물이 난다. 늘 반 박자 느리다.
그럼에도 나는 이 느린 속도가 싫지 않다. 서두르지 않았기에 놓치지 않은 감정들이 있었다. 빨리 정리했더라면 흘려보냈을 마음들, 급하게 덮었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온기들. 느리게 도착하는 사람은 느리게 떠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래 남는다. 기억도, 감정도, 그 사람이 내게 남긴 것들도.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미완의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어떤 이는 빠르게 덮어두고, 어떤 이는 조용히 들여다본다. 나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덮어두면 편할 줄 알면서도, 들여다보지 않으면 잃어버릴 것 같은 마음들이 있다. 아직 끝내지 못한 마음이 있다는 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오늘도 나는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문장을 다시 꺼내고, 잊었다고 생각한 얼굴을 문득 떠올린다. 그 마음들이 무겁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붙들어주기도 한다. 끝내지 못한 것들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무언가를 쓸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 덕분에, 또 하루를 살 수 있다.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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