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말하지 못한 마음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by 쉼표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있었다.

꺼내려고 했지만 타이밍을 놓친 말. 입 앞까지 왔다가 삼킨 문장. 상대가 들을 준비가 안 됐을 것 같아서, 혹은 내가 말할 준비가 안 됐을 것 같아서 그냥 넘긴 감정들. 그렇게 말하지 못한 것들이 마음 어딘가에 쌓여갔다.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거기 있었다.

그 마음들은 나를 괴롭히기도 했다. 왜 그때 말하지 못했을까. 그랬으면 달라졌을까. 후회가 찾아오고, 아쉬움이 밀려왔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자꾸 돌아보게 됐다. 말하지 못한 것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어떤 날은 그 무게가 하루를 눌렀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마음들은 나를 움직이게 했다. 말하지 못했기에 더 오래 생각했다. 왜 그 말이 그렇게 어려웠는지, 내가 진짜 전하고 싶었던 건 뭐였는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들을 혼자 곱씹으며, 나는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말했다면 흘러갔을 것들이, 말하지 못했기에 남았다. 남은 것들은 천천히 다른 형태가 되었다. 대화가 되지 못한 문장들이 글이 되었다. 전하지 못한 감정들이 기록이 되었다.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결국 나를 쓰게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즉흥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고, 대화 중에 적절한 말을 찾는 데 늘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말하지 못한 채 지나 보냈다. 그게 오랫동안 나의 부족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본다. 말하지 못한 것들이 있었기에, 나는 글을 쓰게 되었다. 입으로 꺼내지 못한 것들을 손으로 쓰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를 더 알게 되었고, 내 안의 감정들을 더 선명하게 마주하게 되었다. 말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셈이다.

끝내 말하지 못한 마음이 있었기에,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문장들이, 이제는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되었다. 막혔던 것이 길이 되었다. 부족함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만의 방식이 되었다.

어쩌면 그게 그 마음들의 역할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여기로 데려오기 위해서.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결국 나를 쓰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말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두렵지 않다. 그 마음들이 언젠가 글이 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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