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천천히 회복 중이다

완전히 괜찮아지지 않아도, 다시 숨 쉬는 중

by 쉼표


회복은 빠르지 않다.

한때는 어느 순간 확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힘든 시간을 지나면, 어느 날 갑자기 괜찮아지는 순간이 올 거라고. 마치 감기가 낫는 것처럼, 아픈 시간이 끝나면 말끔해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했다. 어제는 꽤 괜찮았는데, 오늘은 다시 가라앉아 있다.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 예전의 감정이 불쑥 돌아온다. 그럴 때마다 처음으로 되돌아간 것 같아서 막막했다. 결국 나는 제자리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조금 달랐다. 똑같이 힘들어 보여도, 예전과 같은 힘듦은 아니었다. 무너지는 깊이가 조금 얕아졌다. 회복하는 시간이 조금 짧아졌다. 예전에는 며칠이 걸리던 일이, 지금은 하루면 된다.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히 달라지고 있었다.

회복은 직선이 아니다. 앞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하며 조금씩 나아간다. 그래서 중간에 있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 내가 어디쯤인지, 나아지고 있는 건지, 제자리인 건지. 그건 한참 지나서야 알 수 있다. 회복 중인 사람은 자기 회복을 잘 느끼지 못한다.

나는 아직 완전히 괜찮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흔들리는 날이 있고, 이유 없이 가라앉는 날도 있다. 괜찮다고 말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아직 찾아온다. 하지만 예전보다 덜 아프다. 예전보다 덜 흔들린다. 같은 상황이 와도, 이전처럼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낫는 것만이 회복이 아니다. 조금 나아지는 것도 회복이다.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덜 힘들면, 그것도 앞으로 간 것이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어도 괜찮다.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도 된다.

천천히 회복 중이라는 말에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빨리 나아야 한다는 조급함을 내려놓겠다는 뜻이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내 속도대로 가겠다는 뜻이다. 느려도 괜찮다. 멈춰도 괜찮다. 다시 나빠져도 괜찮다. 그래도 결국은 조금씩 앞으로 갈 거라는 걸 이제는 안다.

나는 여전히 회복 중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다. 천천히 가고 있으니까.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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