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결정 중이다

결심은 쉬웠고, 결정은 무겁다

by 쉼표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선명해 보였다.


공항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을 때,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믿었다. 방향도 정해졌고, 선택도 끝났다고 생각했다. 떠난다는 사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결심은 오히려 가벼웠다. 마음이 먼저 앞서고, 말이 먼저 완성되었다. 그때의 나는 흔들림이 없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결심은 늘 그렇다. 혼자 완성되고, 혼자 선명하다.


그러나 베트남에 도착하자 공기의 온도가 달라졌다.


현장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조용했고, 그 조용함은 생각보다 많은 질문을 품고 있었다. 서류 위에서 정리해 두었던 선택들은 현장의 공기 앞에서 조금씩 다른 결을 드러냈다. 한국에서의 다짐은 이상에 가까웠고, 그곳에서 마주한 결정은 책임에 가까웠다.


결심은 나 혼자의 일이었지만, 결정은 누군가의 삶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나는 알았다. 나는 아직 결정 중이라는 것을.


그리고 월요일 아침이다.


2월 23일, 실행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는 날이다. 이미 방향은 정해두었다고 생각했다. 돌아오기 전, 충분히 검토했고 스스로를 설득했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 시간은 확인의 과정이 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 현장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사람들의 얼굴은 숫자보다 복잡해 보인다. 서류 위에서는 분명했던 선택들이 눈앞의 현실 앞에서 미묘하게 갈라진다. 그 차이는 작지만 분명하다.


결심은 쉬웠다.


그러나 결정은 무겁다.


무겁다는 것은 두렵다는 뜻이 아니다.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무게를 느낀다는 것은, 내가 선택의 의미를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계획은 준비되어 있고, 일정도 정해져 있다.


이번 주는 정리의 시간이고, 그 다음은 실행의 시간이다. 구조는 갖추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움직이는 일뿐이다. 그런데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결정을 서두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정확하게 움직이는 것은 다르다.


나는 이번 선택이 속도보다 방향에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방향이 사람을 지키는 방향인지, 지속 가능한 방향인지, 내가 끝까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인지.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묻는다. 서두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가고 싶기 때문이다.


결정은 한 번으로 끝나는 행위가 아니다.


결정은 반복되는 확인이다. 이미 방향을 정했지만, 그 방향을 끝까지 밀어도 되는지 오늘도 점검한다. 감정이 앞서지 않았는지, 자존심이 선택을 왜곡하지는 않았는지, 두려움이 나를 붙잡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이 시간은 겉으로 보면 멈춘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지금이 가장 많은 에너지가 쓰이는 구간이라는 것을. 보이지 않는 준비가 가장 치열한 시간이라는 것을. 뿌리는 언제나 땅 아래서 먼저 자란다.


월요일이다.


실행은 시작되지만, 내 결정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 나는 다짐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묻고 있다. 다짐은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지만, 결정은 나를 그다음으로 데려갈 것이다.


결심은 쉬웠고, 결정은 무겁다. 그 무게를 기꺼이 지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태도다.


그래서 나는 아직 결정 중이다.


by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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