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지에 대하여
나는 꽤 성실한 사람이다. 해야 할 일은 미루지 않고, 약속은 지키려 애쓴다.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겉으로 보기엔 문제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늘 조급하다.
성실한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
그 질문이 처음 떠올랐을 때 나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더 열심히 하면 나아지겠지, 조금 더 버티면 안정이 오겠지 하며 다시 움직였다. 그러나 움직일수록 불안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바빠질수록 마음 한쪽이 더 허전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느 날 밤, 하루를 마치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는 열심히 살고는 있었지만,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자주 묻지 않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것과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공장에 들어서면 모두가 성실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한다. 기계는 돌아가고, 일정은 흘러가고, 사람들은 쉬지 않는다. 겉으로 보면 아무 문제없어 보인다. 그러나 가끔은 그 소음 속에서 묻게 된다. 우리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멈추지 않고 있는 걸까. 멈추지 않는 것은 미덕처럼 보인다. 하지만 방향을 점검하지 않는 성실함은 결국 같은 자리를 맴돌 뿐이다.
성실함은 방향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속도를 만들어줄 뿐이다.
나는 한동안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괜찮다"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오늘 하루도 빠짐없이 채웠다는 감각, 뭔가를 해냈다는 느낌이 불안을 잠시 덮어주었다. 그러나 밤이 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그 감각이 무엇인지 한동안 몰랐다. 그건 아마도 내가 속도는 점검했지만 방향은 점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열심히 달리고 있었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향해 달리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불안은 게으름에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성실해서 생기기도 한다.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더 움직이고, 더 채우고, 더 견딘다. 쉬는 것이 죄처럼 느껴지고, 멈추는 것이 실패처럼 보인다. 그래서 더 바빠진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한 가지를 놓친다. 이 길이 나의 길인지. 이 속도가 나를 위한 것인지. 남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성실함을 내 것인 줄 알고 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그 질문을 한 번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나는 오래 달렸다.
나는 이제 하루를 마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덧붙이려 한다. "오늘 나는 열심히 살았는가"가 아니라, "오늘 나는 내가 가고 싶은 쪽으로 한 걸음 움직였는가." 이 두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첫 번째는 양을 묻는 질문이고, 두 번째는 방향을 묻는 질문이다. 나는 오랫동안 첫 번째 질문만 해왔다. 그리고 그 답이 "예스"여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이유를 몰랐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방향을 확인한 불안은 견딜 수 있다. 내가 왜 이 길을 가고 있는지 알고 있을 때, 느려도 괜찮고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 방향이 없는 성실함은 소모되지만, 방향이 있는 성실함은 쌓인다.
성실함 위에 방향을 얹는 것. 아마도 그것이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일이다.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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