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으면 괜찮은 걸까

멈추기 싫은 것이 아니라, 멈추면 보일 것들이 두려운 것에 대하여

by 쉼표


멈추지 않으면 괜찮다고, 우리는 오래 믿어왔다. 일이 계속 돌아가고 있고, 일정이 지연되지 않고, 하루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면 문제는 없는 것처럼 느낀다.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안심시킨다. 바쁘다는 말은 곧 성실하다는 증거처럼 쓰이고,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곧 버티고 있다는 신호처럼 읽힌다.


하지만 나는 가끔 의심하게 된다. 정말 멈추지 않으면 괜찮은 걸까.


공장 안에서는 늘 무언가가 돌아가고 있다. 재단 기계는 쉬지 않고 움직이고, 봉제 라인은 일정한 리듬을 유지한다. 겉으로 보면 안정적이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속도가 방향을 대신하고 있을 때가 있다. 모두가 열심히 움직이지만, 우리가 정확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묻는 사람은 많지 않다. 멈추면 뭔가 잘못된 것처럼 보일까 봐, 질문하면 흐름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그래서 우리는 그냥 계속 간다.


멈추지 않는 것은 편하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속도를 줄이면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오래 쌓아온 피로,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불만, 어느 순간부터 그냥 관성으로 이어지고 있는 선택들. 그리고 가장 무거운 것, 지금 이 방향이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가 하는 질문. 우리는 그것을 마주하기 싫어서 더 바빠지는지도 모른다. 생각할 틈이 없을 만큼 움직이면, 그 질문을 잠시 유예할 수 있으니까.


나 역시 그랬다. 결정을 미루기 싫어서, 불안을 빨리 끝내고 싶어서, 무언가를 계속 진행시켰다. '지금은 움직여야 할 때'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 말은 내가 멈추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고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멈추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것을. 단지,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것을.


멈춤은 실패가 아니다. 점검이다.


잠시 서서 묻는 일. 지금 이 속도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이 방향이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지 확인하는 시간.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용기에 가깝다. 달리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할 때가 있다. 달리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멈추면 마주해야 한다. 그래서 멈추는 일이 때로 더 어렵다.


멈추는 용기가 없으면, 우리는 계속 달릴 수는 있어도 도착하지는 못한다.


나는 이제 멈추는 시간을 일부러 만든다. 하루가 끝나기 전, 속도를 잠시 낮추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나는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오늘 나는 어디로 향했는가. 이 질문은 언제나 불편하다. 때로는 대답이 없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견디는 것이, 내가 방향을 잃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멈추지 않으면 정말 괜찮은 걸까. 아마도 아니다.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일 뿐이다. 괜찮아지기 위해서는, 가끔 멈춰야 한다. 멈춰서 보고, 보고 나서 다시 가야 한다. 그것이 오래가는 방법이다.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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