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쉼표 폰트아트홀 3호
물은 싸우지 않는다.
막히면 돌아가고,
낮은 곳을 찾아 흐르고,
결국 바다에 닿는다.
그것을 약함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나는 오래 살고 나서야 알았다.
그게 가장 강한 방법이라는 걸.
물고기는 물을 거스르지 않는다.
거슬러 올라가는 순간도 있다.
연어처럼, 산란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거슬러 오르는 순간.
하지만 그것도 결국 — 흐름 안에서다.
강을 벗어나 하늘을 날지는 않는다.
흐름 안에서 거슬러 오른다.
그게 순응이다.
포기가 아니라, 흐름을 이해하는 것.
밀려나는 게 아니라, 방향을 아는 것.
나는 39년 동안 거슬렀다.
낯선 나라로 떠났고,
말이 통하지 않는 공장에서 버텼고,
흔들리는 조직을 붙잡았다.
그 시간들이 꼬리였다.
짙고 무거운 네이비빛 꼬리.
그런데 이상하다.
거슬렀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 놨다.
결국 흐름이었다.
거슬렀지만, 흐름 안에 있었다.
이 물고기를 보라.
꼬리는 짙다.
머리는 밝다.
중앙엔 순응이라는 단어가 자리 잡고 있다.
물고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헤엄친다.
어둠에서 빛으로.
버팀에서 유연함으로.
거슬러에서 결국으로.
그리고 — 바다로.
몸 밖으로 흩어지는 물방울들.
살면서 내려놓은 것들이다.
집착, 고집, 두려움.
흘러가며 떨어져 나간 것들.
그것들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물고기는 더 가볍게 헤엄친다.
나도 이제 흘러가려 한다.
거슬러온 39년이 있었으니까
이제는 따라갈 줄도 알아야 한다.
단어들이 물이 되고,
물이 길이 되고,
길이 바다로 닿는다.
언어가 물이 된다.
글·단어 큐레이션 — 쉼표 이미지 생성 — 푸름이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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