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동안 나는 나에게 가까워졌다.
나는 지나 온 시간 동안 나를 잘 모르는 사람으로 살았다. 성실하게 살았고, 맡은 일을 잘 해냈고, 책임을 지며 버텨왔지만 정작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늘 뒤로 미뤄두었다.
삶이 우선이었고, 다른 사람이 먼저였다, 나는 늘 그렇듯 마지막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았다. 조용한 시간,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 순간, 책상 위에 놓인 노트와 펜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적기 시작했다. 그날 있었던 일, 문득 떠오른 생각, 하지 못한 말들.
처음에는 그저 기록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글을 쓰면서 느꼈다, 문장 속에서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감정이 무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울지 않았고, 쉽게 화내지 않았고, 대부분의 일을 담담하게 넘기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아니었다. 나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바로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 순간에는 침묵하지만, 마음 안에서는 오래 머무는 사람. 글을 쓰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느끼는 사람이었다는 걸.
또 하나. 나는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다고 여겼다. 오래 버틴 건 사실이지만, 그건 재능이 아니라 버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글을 쓰며 깨달았다. 나는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읽고, 상황의 흐름을 관찰하고, 그걸 나만의 언어로 정리하는 사람이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시간들이 사라진 게 아니라 나만의 시선으로 쌓여 있었던 것이다.
나는 쉼표다. 빠르게 달리는 문장들 사이, 잠깐 멈춰 숨을 고르게 하는 존재.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조용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글쟁이.
글은 내 마음을 비추는 조용한 거울이었다. 쓰는 순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거기에 내가 있었다.
무엇에 흔들리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말로는 한 번도 정리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미 문장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놀라운 건, 글을 쓸수록 답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질문이 늘어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느꼈을까." "왜 이 장면이 오래 남았을까." "나는 어떤 순간에 가장 나다운가."
그중에서 가장 오래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나는 어떤 순간에 가장 나다운가. 글을 쓰는 새벽,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조용히 한 줄을 완성하는 그 순간—그때 나는 가장 나였다.
그 질문들이 다음 문장이 되었고, 다음 글이 되었다. 그렇게 질문을 이어가는 동안 나는 조금씩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삶이 바쁘면 가장 중요한 질문을 미루게 된다. 하지만 멈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스스로를 묻지 않으면 끝내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쓰지 않았다면 나는 나를 오해한 채 살아갔을 것이다. 감정이 없는 사람이라고,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이라고, 그저 맡은 일을 해내는 사람이라고.
지금도 나는 나를 다 알지 못한다. 아마 끝까지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내일 아침에도 나는 다시 앉아 한 줄을 쓸 것이다.
그 한 줄이 오늘의 나를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혹시 당신도 글을 쓰며 자신을 발견하고 있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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