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비시'(Globish) 시대 영어 다양성 존중
원어민 같은 유창한 영어에 집착?
통상적으로 언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가장 민감한 어린 시기에 원어민으로부터 영어교육을 받으면 모든 아이들은 쉽게 원어민 발음을 터득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영어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시기는 아이들이 모국어인 한국어를 습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이기에 한국어는 당연히 하겠지만 한국어 구사의 완성도를 높여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너무 영어 학습에 편중되다 보면 자칫 한국어 사용 능력 형성이 지체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조기에 아이들에게 영어를 원어민처럼 되게 교육을 시키려 할 때는 한국어에 대한 학습도 안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떻게 보면 모국어가 우선이며 외국어는 후순위인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한국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잘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글로벌 잉글리시 곧 ‘글로비시’(Globish. Global + English) 시대가 되었다. 세계의 인구 중에서 약 40억 명은 어떤 방식으로든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그 중의 대부분인 88%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환경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외국어로 사용을 한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발음과 표현방식으로 영어가 파생되어 구태여 정통 영미 영어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말하자면 글로벌 시대에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다양한 영어가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영어를 배울 때 그 원형에 집착하기보다 “편안하고 자유스럽게” 접근하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영어가 영국 또는 미국만의 언어가 아닌 세계언어이기 때문이다.
사교육비 영어 33.1%, 국어 9.1%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보면 우리나라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 비중에서 영어는 33.1%를 차지한 데 비해 국어가 9.1%, 논술이 2.5%로 나타났다.
참고로 다른 분야는 수학 27.7%, 사회·과학 6.6%, 음악 8.7%, 체육 5.4 %, 미술 3.3 %였다.
국어나 논술이 모국어이기 때문에 언어를 자동적으로 습득할 수 있어서라는 인식 때문인지 외국어인 영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영어는 외국어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모국어인 한국어를 가지고 문어나 구어에서 수준 높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것이 사회생활에서 뛰어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어 실력에 국어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되어 있다. 영어만 능통해서도, 국어만 잘 해서도 한국 사회에서는 완벽한 경쟁력을 보유했다고 할 수 없다.
물론 그 어느 하나라도 뛰어난 능력이 있으면 없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 그렇지만 영어 경쟁력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어 있는 마당에 한국어의 경쟁력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글로벌 경쟁력 필수 '이중언어' 능력
필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할 줄 아는 회사 직원들에게 영어 일을 맡겨 본 경험이 많다.
그런데 영어로 문장을 작성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어로 된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라고 시켜보았지만 만족스런 번역을 해오는 것을 본 적이 많지 않다.
번역해온 게 뜻이야 통하겠지만 영어를 우리말로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번역하는 기술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체험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 경험을 통해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나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강조를 한다.
‘한국 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세계를 꿈꾸며 진정한 영어 경쟁력을 말하려면 영어와 한국어의 실력을 함께 갖춰라!’
단순한 생활영어나 입시나 승진 성적을 위한 단편적 영어 능력이 아니라 명실상부하게 한국 사회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정확하게 말해 영어만 잘하는 단일언어 능력자 곧 '모노링걸얼'(monolingual)로는 완전하지 않다.
영어와 한국어가 공통으로 능수능란한 이중언어 능력자 곧 '바이링걸'(bilingual)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