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리스풀 마인드’...‘참행복’, ‘참성공’ 가치를 선양한다
“물질 풍요 속 마음 궁핍은 가치관의 전도(顚倒) 탓”
사회 직함보다 ‘문화커뮤니케이터’ 인생 직함이 보람
‘국가 녹색화, 국민 유열화’ 필요...‘성공’, ‘출세’ 달라
“한 번 주어진 인생,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보내야 할 것”
“지금 우리 사회는 물질의 풍요는 달성했지만 끝없는 출세욕은 우리를 무한 경쟁의 덫으로 몰아넣고 있어 행복감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양으로는 잘 사는 것 같은데 내면은 늘 부족감을 느끼며 삶을 꾸려가는 것이죠.”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겸 문화커뮤니케이터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면서 이렇게 서두를 꺼낸다.
특히, 최근 몇 년 간의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경제적 여파에 정신적 우울감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내면의 행복감은 더 멀리 날아간 것 같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 대표가 활동하는 전문 분야 직함에 ‘문화커뮤니케이터’란 호칭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래서 그 취지가 궁금해 그 의미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문화적으로 소통하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풀이해 준다. 이 대표 스스로 언어 규범에 공식화된 표기도 아닌 문화커뮤니케이터라는 새로운 개념을 착안했다고 한다.
문화커뮤니케이터답게 평생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에게 부여한 ‘인생 직함’이라는 설명이다. ‘대표’라는 사회 직함은 하던 일을 그만 두면 사라지는 것이지만, 평생의 직함은 그 뜻에 맞춰 문화적 소양으로 살겠다는 자기선언인 셈이다.
그 개념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묻자 그는 문화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문화커뮤니케이션은 ‘수평적인 관계를 토대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교류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또한 지식 정보나 아이디어 등을 상대방이나 대중에게 잘 전달하는 전문가를 뜻한다고 덧붙인다. 문화케뮤니케이션의 풀이 가운데 ‘수평’, ‘존중’, ‘배려’, ‘소통’이라는 말이 핵심인 듯했다.
어떻게 보면 그런 요소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한국사회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위계적이고 이기적인 불통에서 비롯된다.
이 대표는 “현재 우리 사회는 시대정신(Zeitgeist)에 부응하지 못하고 사회문화체계가 격변하는 시대적 문화흐름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사회적 갈등이 분출하고 개인들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해 올바른 공동체 정신이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그래서 이 대표는 이번에 그가 평소에 칼럼이나 정담을 통해 주장하던 삶의 참다운 성공과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을 한 권의 방대한 책으로 엮어냈다.
그는 10위권의 경제 대국을 자랑하는 한국이 행복지수가 하위에 있는 데다 최근 자살률이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에 더해 코로나를 계기로 더 심화되고 있다는 통계다.
이것은 국민의 가치관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치가 ‘국리민복’을 외치지만 국민들의 삶은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이 대표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가치관의 원인을 ‘황금만능주의’와 ‘출세지향주의’라고 꼽는다. 이에 개인들이 삶의 기준을 바꾸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Blissful Mind-불리스펄 마인드>(부제 ’삶을 레벨 업 시키는 지혜‘)라는 책을 통해 풀어냈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15일 얼핏 어렵게 느껴지는 주제의 이색적인 책을 펴낸 이 대표와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핵심 이슈를 짚어봤다.
◆ 다음은 이인권 대표와의 일문일답.
Q. 먼저 현재 한국 사회를 보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느끼나?
▶ 한마디로 ‘국가의 녹색화, 국민의 유열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녹색화’란 우리의 삶의 가치를 외형적 기준에 두지 않고 내면의 충실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국가가 체계, 제도, 정책만으로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는 없다.
‘60년대 국민소득 65불 시대에 비해 지금 우리는 3만 달러 넘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질 성장에 비례하면 우리는 50배나 더 행복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 행복도는 물질성장에 반비례하고 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겉모습과 달리 국민의 마음속에는 만족이 없다는 게 아닌가. 그래서 즐겁고 기쁜 ‘유열감’(愉悅感)이 절실하다.
한국처럼 단 기간 내 산업화를 통해 압축 성장을 이뤄낸 국가도 없다. 우리가 내세우는 ‘한강의 기적’은 외형상으로는 화려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깊이가 없다. 우리가 말하는 선진 국가들은 수백 년의 과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물질적, 정신적 기반을 구축했다.
우리는 ‘6~70년대 ’잘살아보세!‘라는 국민적 결기가 한국을 10위권의 경제대국 반열로 올려놨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적 역량을 그에 걸맞게 연마하는 데는 소홀했다. 국민의 정신적 성장은 단기가 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적 대각성이 필요하다.
Q. ‘녹색화’란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 지금은 인류가 기후 변화와 자연 생태계 문제에 직면해 있어 ‘녹색화’를 환경과 결부해 쓰고 있다. 그렇지만 녹색화는 먼저 소비주의 기업적 국가 체계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과 ‘환경’의 문제를 아우르는 개념이었다.
이미 5~60년 전 미래를 예견하며 그 시점부터 이러한 문제들이 제기됐다. 그러나 그에 대한 심각성을 간과한 결과 지금에 와서 기후 환경이 절체절명의 글로벌 이슈가 된 것이다.
미국은 ‘60~70년대 사회가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이념의 대립, 신·구 세대의 갈등, 산업화에 따른 경제 불평등, 정치적 분열, 사회적 퇴락 등의 문제가 대두됐다. 그래서 그 당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와 ‘개인’을 강조하며 사회문화체계의 혁신과 개인이 만족하는 삶으로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의식혁명이 필요하다는 각성이다.
그것을 예일대 찰스 라이쉬 교수는 ‘미국의 그리닝’(녹색화)이라 일컬으며 정신적 대각성을 부르짖은 것이다. 미국이 자본주의의 소비사회에서는 아직도 그리닝이 진행형이다. 마치 지금의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Q. 그럼 저술을 하게 된 동기는 그와 연관이 돼 있는 건가?
▶ 사회의 ‘녹색화’ 이슈는 거대 담론이다. 단지 그 안에는 국민이 진정으로 ‘참행복’을 느끼려면 개개인의 가치관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나라가 개인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다.
국가가 복지제도를 아무리 강화해도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하는 한 만족점이 없다. 세계 강국 미국도 50여년 전에 기업가적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사회적 갈등과 대립의 문제는 물질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그 문제의 해법은 자연환경이나 ‘심연의 정신적 세계’(the spiritual)의 비물질적 요소의 회복을 통해 찾아 나섰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 사회를 사는 우리도 참행복을 향유하려면 생각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공유하고 전파하겠다는 것이 동기가 됐다.
Q. 일반적인 ‘행복’과 책에서 주장하는 ‘참행복’은 어떻게 다른가?
▶ 행복지수가 하위권에 있다는 것은 물질이 결코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 곧 ’해피니스‘(happiness)라는 말속에는 형이하학적인 물질의 욕구 충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소득이 2만 달러 넘으면 물질이 더 이상 행복의 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금 같은 여건이라면 국민소득이 더 늘어나도 개인의 행복도는 높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속에서 희열을 느끼는 더없는 행복감을 뜻하는 ‘블리스’(bliss)적 마인드를 가져야 참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내면이 즐겁고 기쁜 ‘유열감’(愉悅感)이다. 그래서 국민의 유열화가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그것을 ‘참행복’이라 정의한 것이다.
Q. 한국의 ‘사회문화체계’ 혁신을 강조하는 데 ‘문화’란 무엇인가?
▶ 문화의 개념은 매우 포괄적이다. 그래서 문화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면 170가지나 된다. 그중에서 가장 체감되는 것이 로젠블라트의 문화에 대한 규정이다. 그는 문화란 바로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교류하는 것’이라 했다.
그렇다면 인간이 존재하는 그 자체가 바로 문화 아니겠는가. 문화는 ‘격(格)’이 있어야 하고 ‘품(品)’이 있어야 된다. 바로 품격이다. 영어에서 문화라는 단어 ‘culture'에는 우리가 흔히 예술과 연계해서 인식되는 의미와 ’ 소양‘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지구상 모든 인간의 DNA는 99%가 같다고 한다. 1%의 차이는 문화적인 요소다. 그 1%의 차이로 개인의 인격체가 달라지고 사회적 시대정신도 달라진다.
Q. 평소에 ‘성공’과 ‘출세’를 구분하고 있다. 차이를 설명해 달라.
▶ 우리는 성공과 출세를 같은 개념으로 여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한결같이 개념을 구분해서 쓰자고 처음으로 제시하지 않았나 싶다. 성공은 수평적인 선진가치이며 한국사회에서의 출세는 조선시대의 벼슬에서 비롯되는 수직적인 관념이다.
돈, 권력, 명예라는 외면적 기준으로 사회적 위계가 결정되어 ‘갑’군(群)에 들어가는 출세를 성공과 혼동하고 있다. ‘성공’(成功)은 말 그대로 ‘무엇이든 노력을 얻어내서 이루는 것이고, ‘출세’(出世)는 ‘세상 군집에서 특별하게 튀어야 한다는 의미’ 아닌가.
곧 성공은 어느 분야이든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과 열성으로 상호 존중하며 배려하며 이뤄내는 결과다. 그에 대한 만족, 보람, 행복감을 갖는 ‘의미 있는 삶’을 뜻한다. 이제는 1%의 소수 출세한 사람보다 99% 다수의 성공한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로 하면 모든 사람은 다 성공인 될 수 있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 이제는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인생을 살면서 사유하며 실천해 왔던 경험을 공유하며 ‘참행복’과 ‘참성공’을 공유하며 전파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이번에 이 책을 내면서도 ‘100세 시대의 이니시어티브(창의적 도전)’라는 캐치 프레이즈도 내세웠다.
이런 새로운 시대에 맞춰 우리의 의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과거의 의식구조로부터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시대 가치가 된 ‘지속가능한’(sustainable) 성공과 행복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될 것이다.
참다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하되 과거에 익힌 것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지금 시대에 부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재화해야 한다. 그래서 모두가 한 번 주어진 인생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보내야 할 것이다.
한편 이 대표는 언론사, 공공기관, 민간기업, 학계, 자영 활동 등 다양한 분야 여러 지역을 섭렵하며 수십 년의 조직생활을 실무자부터 최고경영자(CEO)에 이르기까지 해 왔다. 그러면서 특출한 출세가 아니라 평범한 성공을 이뤘다고 말한다.
[출처=뉴스포스트/2023년 9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