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그냥 들어주면 돼"라고 얘기하기
요즘 <하루 쓰기 공부>란 책을 따라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다.
오늘의 글감은 고쳐쓰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글쓰기 책은 말한다.
쓰기가 아니라 고쳐쓰기이다.
오늘의 글감을 보면서 글쓰기보다는 인생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렸다. 인생은 새로쓰기일까 고쳐쓰기일까? 이 순간 내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남편이라는 존재이다. 이 사람과 나는 우리의 삶을 고쳐쓸 수 있을까? 조금 무거운 주제인가?
어제 남편과 긴 전화통화를 했다. 몇 년 전 분양받은 아파트의 입주문제를 두고 요즘 걱정이 많은데 전세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나머지 돈을 마련하는게 막막한 상황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거의 혼자 돌보고 있는 상황에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많다라고 얘기하니 남편은 대뜸 해결 방법을 찾아주려고 목소리를 높인다. 내가 싫어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응급 상황임을 머리가 알아차린다.
“아니, 여보 지금 이 문제는 해결해 달라고 하는 게 아니고 내가 좀 답답해서 그래. 그러니까 그냥 들어주면 되는거야. 얼마나 답답하면 얘길 하겠어.”
“아,그런거야?”
일단 남편이 안심하는 눈치다.
남편은 내가 무언가를 말하면 문제라 생각하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되지 않냐며 유독 딱딱하게 말을 끊는 경향이 있다. 처음에는 난감했는데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나아지긴 했다. 다행히 조용히 얘기를 들어주고 찬찬히 응수를 해주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당신이 화를 안내고 들어주니까 내가 마음이 많이 안정이 됐어. 고마워요.”
"다행이네."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가. 나의 모든 스토리를 아는 친구는 내게 “정말 힘들었겠구나”라고 이야기를 하니 말이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감정조절을 잘 못해서 욱하는 말을 내뱉고는 잘 후회하는 남편에게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 것이 다 내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고 언젠가 얘기한 적도 있다. 기질이야 어느 정도 타고났다고 하지만 이런 성격이 강화된 데는 이유가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어쨌든 어제의 대화로 남편과의 소통에 한 줄기 빛을 본 느낌이다. 완고하고 책임감이 강한 남편은 좋은 성품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소통에 있어서는 방법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고집스러워 좌절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내가 책을 조심스럽게 권해주는 것도 조금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소통의 문제가 조금은 해결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겠지?
부부와의 관계도 조금씩 고쳐쓰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부족했던 부분은 끼워넣고, 잘못된 부분은 고쳐가면서, 살다보면 서로 둥글둥글 상대를 아프게 하지 않고 받아줄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날이 올거라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