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기록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오랜 기간 준비했고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준비부터 1년여 몸 바쳐 끌고 왔던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포기라는 결정을 내리는 건 한 순간이더군요.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더 나아질 거라는, 금방 궤도에 오를 거라는 희망을 품고 버텼습니다. 존버 하면 성공한다고 하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직장을 호기롭게 퇴사하며 받아 든 퇴직금과 미리 모아놓았던 사업자금이 어느 순간 한 줌의 재처럼 사라지자 현실은 아주 냉정하게 눈 앞에 닥쳤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아니 이상만을 추구해왔던 것일까요. 나름 보수적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계산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자부했는데 받아 든 성적표는 생각보다 괴리감이 컸고, 좌절감과 두려움이 온 정신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갑자기 아무것도 입에 댈 수가 없었고, 온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는 듯한 싸한 느낌이 수시로 들었으며, 움직이는 것조차 힘이 들 정도였습니다. 항상 힘이 되었던 가족을 바라보는 것은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더 큰 고통이 되었고, 가족들의 걱정 어린 눈빛조차 버거웠습니다.
무엇보다 제일 힘들었던 건 희망이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직장인의 삶에 염증을 느껴 오랫동안 개인 사업을 꿈꿔왔고,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사업 외에 다른 길은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사업 포기를 결심한 순간 앞으로의 미래가 전혀 그려지지 않았던 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사업하지 마세요. 사업이 실패로 끝났을 때 닥치는 현실은 앞서 언급한 것 이상의 고통을 수반합니다. 자신감 상실로 다시는 희망을 꿈꾸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꿈꾸시는 분들이 있다면 절대 실패하지 마세요. 아니 실패할 경우를 철저하게 대비하세요. 실패를 미리 대비하는 것이 사업 시작 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최소한의 준비입니다.
사업 포기 후 한동안 방황하다가 정신을 돌아올 무렵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제가 겪었던 고통을 최대한 알려 사업의 이면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저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말리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미 사업을 시작한 분들에게는 제가 사업을 운영하면서 익힌 실패 노하우를 최대한 공유해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일기를 쓰는 건지,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쓰는 건지, 그냥 넋두리인지 저조차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 것만은 확실합니다. 저처럼 고통받는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글이라는 것을요. 제 이야기가, 제 노하우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감 없이 풀어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