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인간의 안정감

매일 밤 그는 다시 돌아왔다

by 후루꾸

그는 노숙인이었다.

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허름한 옷

조용한 걸음

주머니 속 잔돈을 꺼내는 느린 손짓.


처음엔 무서웠다.

냄새가 났고

얼굴엔 수염이 덥수룩했고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는 매일 밤 같은 시간에 왔다.

새벽 1시 20분쯤.

삼각김밥 하나, 작은 컵라면 하나.


물은 주지 않아도

셀프로 따르고

자리엔 항상 구석을 택했다.


먹는 시간도 일정했다.

20분쯤 앉아 있다가

묵묵히 일어났다.


인사도 하지 않았고,

내 눈을 마주친 적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존재는

매일 밤 내 안에서 큰 자리를 차지했다.


그가 오는 날과

오지 않는 날의 밤은

공기의 밀도부터 달랐다.


그가 없는 날엔

매장이 너무 넓게 느껴졌다.

그가 있는 날엔

내 마음이 조금 덜 흔들렸다.


나는 그에게 말 걸지 않았다.

그도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 사이엔

아무 사건도 아무 감정도 없는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그 침묵이

어쩐지 안정감을 줬다.


사람들은 늘

관계엔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로를 알아야 한다고

이름이라도 불러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어떤 관계는

아무 말 없이도 존재한다.


그가 어느 날 오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나는 그를 찾지 않았다.

하지만 내 눈은

계속 그 자리를 향했다.


나는 그를 모른다.

그의 이름도, 사는 곳도, 과거도.


하지만 나는 안다.

그는 매일 밤 돌아왔던 사람이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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