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손님이 소리쳤다

진상고객의 무력함

by 후루꾸

새벽 1시 반.

문이 벌컥 열리더니

그가 들어왔다.


발은 휘청였고

말은 엉켰고

눈빛은 나를 향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나를 쳐다보더니

소리를 질렀다.


"야, 니가 알바냐!"

"말 좀 똑바로 해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은 열었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머리는 하얘졌고

몸은 얼어붙었다.

그게 무서웠다.


그는 소리를 더 질렀고

손으로 매대를 치고

바닥에 있던 껌을 발로 찼다.


그리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소주 두 병과 육포 하나를 들고

계산대로 왔다.


나는 바코드를 찍었다.

그의 눈을 보지 못했다.

숨소리도 조심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공포라는 감정도

너무 반복되면 반응이 줄어든다는 걸.


처음엔 무서웠다.

지금은

그저 피곤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런 손님 있으면 경찰 불러야죠.”

“대응 매뉴얼대로 하세요.”


하지만 새벽 1시에

혼자 근무 중에

문이 잠기지 않는 곳에서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나는 그저

그가 나가길 바랐다.

더 큰 소리를 내지 않길

물리적인 충돌만 없길.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아무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것.


그는 나갔다.

뒤통수에 욕 한 마디 남기고.

나는 의자에 앉지도 못했다.

가슴이 뛰지도 않았다.


대신

속이 조용히 비워졌다.


폭력은

언제부터 이렇게 흔해졌을까.


그리고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반응하지 않게 됐을까.


그리고 그 밤은

그저 또 하나의 근무일지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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