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같은 2026년의 봄을 보내고 있다.
꽃을 좋아한다.
작은 꽃병에 꽂힌 꽃도 좋고 봄에 피는 매화도 벚꽃, 개나리, 진달래도 좋다.
어릴 때 우리 과수원 복숭아 분홍 꽃도 좋아했다.
여름에 시골 집에 피었던 봉숭아, 맨드라미, 키다리 접시꽃이 그리운 요즘이다.
돌아가신 엄마는 소녀 감성으로 꽃을 좋아하셨다.
집 앞의 텃밭에 여름이면 가지, 오이, 호박 등 푸성귀도 있었지만 그 밭 가장자리에 이런 저런 꽃도 많이 피었다.
지금은 시골 집도 없고 엄마도 돌아가셨지만 엄마 생각이 날 때면 나는 집 앞의 그 텃밭과 꽃밭이 함께 생각난다. 돌아가신 엄마는 사진 속에 남아있는데 어릴 때 살던 시골 집과 그 꽃밭은 사진으로도 남아있지 않아 더 그립다.
그래서 나는 산골일기 등 산촌에서 평화롭게 사는 다큐를 좋아한다.
우리 모두는 그런 로망이 있을 꺼다.
그에 비해 도시에서 오래 살아 벌레도 싫어하고 특히 벌레에 물리면 바로 붓고 심하면 병원에 가야 하는 나는 화면 속의 산속 풍경만 좋아한다.
1,5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는 장항준 영화감독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신혼시절이 여름방학 같았다고 한다.
나도 요즘 겨울방학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을 할 때는 상상도 못했던 평화로운 시간들.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고 싫어하는 사람들을 안 만나는 것이 나에게 평화를 준다.
내가 사는 남쪽 도시에 봄이 왔다.
산책을 하는 아파트 안 정원에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고 봄을 알리는 프리지아를 남편이 택배비 포함해서 10,000원을 주고 샀다.
내가 마신 '백화수복' 병에다 프리지아를 꽂았다.
완벽한 재활용이다.
스티커를 제거할까 하다 '오래 살면서 복을 누리라, 흰 꽃처럼 맑고 깨끗한 술을 마시며 장수와 복을 기원한다' 는 좋은 의미가 있는 '백화수복'이 붙어 있으니 더 좋아서 그대로 붙여두었다.
그래서 집안에도, 집 밖에도 봄이다.
지구촌 저편에는 전쟁 중이고 전쟁의 여파로 기름 값이 올라 지난밤에는 기름 값 오르기 전에 주유하느라 주유소가 북새통이었다고 한다.
쓰레기 봉투도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하는 치열한 봄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정신을 차리고 전쟁을 끝내고 그가 감옥을 가기를 빈다.
치열하게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평화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