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남편에게 조금 늦은 사과를 한다. 미안해~
스물 세살 되던 봄에 결혼을 했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4년 넘게 만난 남자가 있었고 그 사람과 나이 차이가 9살이나 났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는 너무 어렸는데 그 사람은 결혼 적령기였다.
양쪽 집에서 반대가 있었지만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우리는 결혼을 했다.
결혼한 그해 아이가 생겨 다음 해 오월에 아들을 낳았다.
그때 내 나이 스물 넷.
나는 그때 작은 NGO에 회계직원으로 근무했는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을 했다.
저녁에도 일이 많아서 늦게 퇴근하는 일도 많았었다.
남편도 바쁜 직업이라 남해에 있던 시댁에서 아들 나이가 여섯 살 되던 때까지 키워주셨다.
다시 내가 키우기 시작한 여섯 살.
아이가 예쁘긴 했지만 일을 하면서 감당해야 했던 육아는 힘겨웠다. 그 당시의 나를 생각해 보니 사는 것이 너무 힘겨워 늘 짜증이 났고 화가 나 있었던 것 같다.
갑자기 생겨난 여러가지의 역할이 힘겨웠었다.
며느리, 아내, 엄마, 올케, 딸, 직장에서의 역할 등.
다 잘해 내지도 못하고 무겁고 힘겨웠던 기억이 가득 남아있다.
그래서 그 짜증을 남편과 아이에게 냈던 것 같다.
남들에게는 못하고 가장 가까운 내 사람들에게..
나이가 들어보니 그 때의 나는 우울증을 앓았던 거 같기도 하다.
좀 나이가 들어서 철이 들었을 때 내가 엄마, 아내가 되었다면 나는 좀 더 다정한 아내, 다정한 엄마가 될 수 있었을까.
아이가 가장 예쁘다는 여섯 살 이전의 기억이나 추억이 많이 없다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폭력을 휘두르고 학대한 엄마는 아니었다고 위안 삼아 본다.
아들 미안해.
남편에게는 그 때 미안한 맘을 좀 갚을까 하고 요즘 잘해주는 중이다.
37년간 사회에서 돈을 버느라, 때로 보기 싫은 사람들을 웃으며 만나느라, 하기 싫은 일도 하느라 수고한 나에게도 좀 다정히 대해주고 아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