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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Dec 13. 2022

12. 동전 주입식 망원경

트렌브랜_내가 만드는 트렌드 브랜드 공식

  형형색색의 화려한 조명으로 한껏 멋을 낸 도시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스카이 라인 꼭대기로 올라야 합니다. 이렇게 스카이 라인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모습은 인간이 만든 절경 중에 최고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도시는 그저 바쁘고 복잡하게만 느껴지지만 엘리베이터를 통과하여 전망대 위로 올라가면 도시는 한순간 느리고 조용한 모습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아래서 보면 분명 삐쭉하고 복잡하게 솟아 있지만 위에서 보게 되면 도시가 차분하게 정렬되어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직각의 단단하고 차가운 소재들로 채워져 있는 도시의 모습이 위에서 보게 되면 여기저기에 숨통을 뚫어 놓은 듯 공원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과 이를 잇는 다리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건물들은 각각 저마다의 모습이지만 이들이 모여 합쳐진 도시는 또다른 감동을 만들어 냅니다. 낮에는 햇빛에 반짝이며 꿈틀거리던 도시가 일몰 때가 되면 아름다움을 절정으로 뽐내며 빛을 새롭게 뿜어냅니다. 그리고, 빌딩과 가로등의 불빛이 켜지면 도시는 마침내 행성군을 만들며 신비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전망대에 오르면 도시를 내려보는 재미와 함께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눈 여겨 보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은 특색 있는 디자인으로 난간 이곳저곳에 놓여 있는 동전 주입식 망원경입니다. 만약, 전망대에 이 커다란 망원경이 없다고 한다면 어색할 뿐만 아니라 전망대에 오르는 재미도 반감되어 버릴 것 같습니다. 이렇듯 망원경은 우리를 일상과 반복의 뻔함과 따분함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기폭제 역할을 해준다 할 수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는 세상의 속은 새로운 모습들로 가득 차 우리를 또다른 다른 재미로 빠지게 만듭니다. 망원경은 우리가 평상시에는 찾지 않는 자연의 깊숙한 곳까지 걸어 들어가게 하고, 일상에서 잘 올려다보지 않는 하늘을 몇 시간이고 뚫어져라 바라보게 합니다. 우리는 계절마다 순서를 바꿔 날아드는 철새들의 이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고,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매력에 빠져 길고 먼 길을 찾아 떠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보고 싶다는 욕구에 망원경에 대한 각자의 추억이 되살아나면서 전망대 위의 망원경은 기분 좋은 설렘을 만들어 냅니다. 


  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 우리에게 시각적인 재미와 만족을 준다면 망원경이 가진 특이한 모양은 우리를 상상하게 하는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 줍니다. 나의 눈으로 보면 전망대 위에 놓인 망원경이 잠망경의 모양과 닮아 이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다 위에 떠있는 커다란 잠수함을 상상하게 합니다. 이것은 마치 나를 동심으로 뛰어 들어가 잠수함을 타고서 세상의 이곳 저곳을 빠끔히 바라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래서인지 전망대에서 맨눈으로 바라보면 파란 실루엣으로 잔잔하게만 보이는 도시가 망원경의 뷰 파인더를 통해 다시 바라보게 되면 숨어서 잘 보이지 않았던 세상이 순간 점프를 시작하며 확대된 세상을 선명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망원경의 레버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여기저기를 돌려 보고 있으면 더 이상 도시를 여행하러 온 것이 아닌 캡틴이 된 듯한 기분을 덤으로 얻게 됩니다. 만약, 망원경을 아이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도시는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발랄한 모습이며, 낮과 밤을 나누지 않는 잠이 없는 개구장이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망원경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되면 우리는 중첩되어진 여러 겹의 세상을 볼 수 있고 보는 깊이를 더할 수 있습니다. 평면적이던 세상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바뀌면서 세상의 모든 것이 축제의 분위기로 바뀌어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망원경으로 바라보면서 세상의 것들을 바로바로 우리의 눈 앞으로 가져다 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상관없어 멀리 보이고 몰랐던 것들과 새롭게 관계를 맺고 친숙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망원경만큼 쉽고 재미있게 우리가 세상을 알게 해주는 도구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도시는 서로가 어울리고 상상하기 좋은 장소 같습니다. 그리고, 도시는 상상력으로 자라고 채워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바다색으로 수면 위를 반짝이는 도시에서 우리는 어린애 마냥 첨벙거리며 뛰어 놀 수 있습니다. 때로는 하늘을 보고 드러누울 수도 있습니다. 친구들과는 시합을 하듯 이곳 저곳을 찾다 돌아다닐 수도 있고 각자 좋아하는 곳에서 맛난 음식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당신에게 도시는 어떤 곳인가요?


전망대의 동전 주입식 망원경은 보고 싶다는 욕구에 지난 추억이 더해지면서 망원경을 마주하는 것 만으로도 설레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미지 출처: https:// www.pinterest.co.kr/pin/490681321887048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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