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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Dec 21. 2022

13. 아프리카 동굴

트렌브랜_내가 만드는 트렌드 브랜드 공식

  기상이변으로 특히 이번 여름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폭우로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유럽에서는 극심한 가뭄이 겹치면서 지구 전체가 고통을 받고 있다는 뉴스가 연이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무겁고 씁쓸한 뉴스들 사이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다뉴브강의 수위가 100년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수몰되어 있던 나치 독일군의 전함이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스페인 서부에서는 기원전 5천년전에 만들어진 거석 유적지인 과달페랄(Guadalperal)의 고인돌이 다시 모습을 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존재를 몰랐거나 잊혔던 역사가 발견되는 것을 보면서 신기함과 감탄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인류는 뇌가 커지고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동물은 물론 유인원과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긴 여정을 아프리카 대륙을 시작으로 그 삶의 흔적들을 남기며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에는 우리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최초의 인류가 가진 생김새도 그렇고 그들의 생활도 궁금합니다. 수 만년의 시간이 경과하면서 모든 것이 변해버린 현재에서 많지 않은 흔적에 의문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사막으로 변해버린 아프리카를 바라보며 최초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그리고, 그들이 살았을 동굴의 모습도 함께 그려 봅니다.


  최초의 인류에게 동굴은 위험을 피할 수는 있었지만 모두에게 최상의 공간이 되어주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모든 동굴이 접근성도 좋은 것도 아니었고 모두에게 동굴에서의 생활이 적합한 것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혹시, 하나의 거점으로 동굴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소수의 인원이 살거나 일정한 때에 모이고 공유하고 식사를 하는 장소로 말이지요. 그러면서 동굴을 하나의 신전처럼 대하고 위안을 삼으며 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그들은 용기를 얻었고 동굴 밖 먼 곳의 세상으로 갈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인간이 직립보행으로 이동하지 않았거나 가던 길을 멈추고 아름다움을 살피는 감상적인 부분이 없었다면 지금의 생활이 불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직립보행과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에게 앞을 관측하고 예측할 수 있게 해주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직면한 위험을 피하고 불편함도 해소해주었을 것입니다. 만약, 과거 우리가 동굴 생활에 집착하며 땅을 파고 사는데 집중했다면 우리는 직립보행의 용도를 단순히 미어캣처럼 일어나 주변의 위험을 살피는데 사용했을지도 모릅니다. 약7만년 전 아프리카를 출발한 우리가 동굴 생활을 하는 ‘호모 캐이브스’가 아니라 사회 생활을 하는 ‘호모 사피엔스’가 된 데는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이것이 먹이 사슬의 중간에 위치한 인간에게 변화를 시작점이 되어주고 우리가 사회적 인간을 넘어 이동하는 인간, 예술하는 인간으로 존재와 가치를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상상의 힘은 우리에게 단순한 변화를 넘어 문화를 창조하고 향유하는 탁월을 부여했습니다. 우리가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생활하는 현재의 모습도 분명 오랜 역사 그리고 최초의 인류가 물려준 유산일 것입니다. 아쉽게도 우리는 그들이 했던 수많은 경험들을 해볼 수도 그때의 일들을 전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영위하고 있는 생활과 문화는 모두 과거에서 발원하여 곳곳으로 스며들고 세계로 퍼져 나갔을 것이 분명합니다. 인간이면 공통되게 가지고 있는 우리의 가슴이 북받쳐 오르는 감동과 감정 또한 소멸하거나 퇴화하지 않고 계속해서 피를 타고 흐를 것입니다. 이렇듯 아프리카 동굴은 최초의 인류가 나아가게 하는 교두보의 역할을 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집과 건축을 통해 편안함과 안락함을 만들고 취할 수도 있지만 이 공간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경치 좋은 곳을 골라 집과 전망대를 만들고 이곳을 찾아 감상과 휴식을 즐기는 이유도 다 같을 맥락일 것입니다. 과연 인간 말고도 이렇게 경치를 찾아 길을 떠나고, 가던 길을 멈추고 경치를 감상하고, 또 이런 곳에 살고 싶어하는지 궁금해집니다. 이렇듯 우리가 자연의 경치를 바라보며 ‘와~’하고 길게 내뱉는 감탄사가 지금은 그 어떤 소리보다 생명과 가치가 많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Stadsaal Cave, Cederberg: 과거 우리는 동굴 생활에 집착하거나 대안을 찾고자 했다면 우리는 지금의 사회적 인간으로 도약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s: //tracks4africa.co.za/listings/photo_gallery/w18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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