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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Jan 14. 2023

17. 여운의 건축, 고성

트렌브랜_내가 만드는 트렌드 브랜드 공식

  우리가 떠나는 여행만큼 서로의 개성과 취향을 만족시켜 주는 것이 또 있을까요? 잠시 시간을 내서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것부터 멀리 떠나는 휴가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는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데 노력을 기울입니다. 모던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풀패키지로 제공되는 지상낙원의 아름답고 따스한 햇살 속에서 나에게 집중하며 평화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곳의 자연을 배경으로 신나는 액티비티를 즐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신비롭고 클래식한 곳으로 여행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잃어버린 도시 와도 같은 세월과 함께 빛이 바랜 오래된 곳을 찾아 떠나기도 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각자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여행을 하는 방식도 다르고 또 그곳에서 즐기는 것도 서로 다릅니다. 아마 우리 모두의 동선을 선으로 그어 보면 모두가 다를 것 같습니다.


  클래식한 곳으로 가는 여행은 잠시 짬을 내 바쁘게 움직이는 것보다 긴 시간을 안배해 유랑하듯 천천히 다니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방랑객이 되어 온종일을 주변 여기저기를 거닐며 이곳의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러다 길에서 있는 카페에 들러 몸을 달래며 휴식을 취하게 되면 여유로움은 이내 그 정점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렇게 클래식한 곳으로 여행을 하다 보면 이곳에서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곳 사람들과 같은 패턴으로 생활하면서 이곳의 일상을 즐겨 보고 싶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곳으로 여행을 한다면 분명 혼자가 아닌 연인과 함께 그리고 애완견과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클래식한 곳으로의 여행은 유유자적 하면서도 가슴을 벅차게 하는 무언 가가 있어 좋습니다. 그리고, 고성은 그러한 여행지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호수나 산비탈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고성이 서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나가며 풍경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고성은 비록 거리는 멀지만 우리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듭니다. 뉴스나 잡지에서 고성에 관한 기사를 대할 때도 이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고성을 원래의 모습으로 보여줘도 좋지만 디자이너들의 상상이 더해지고 새롭게 변신한 모습을 대할 때면 더 많이 관심이 가고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합니다. 성의 고풍스러운 외관을 유지하면서 실내를 주택이나 호텔과 레스토랑으로 바뀐 것을 보고 있으면 부러움과 함께 나도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고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유니크한 성의 모습은 우리를 동심으로 끌어 들입니다. 돌로 높게 쌓은 성벽과 주변을 물로 채우면서 공간은 고요함으로 시간이 멈춘 듯합니다. 성은 시간이 강물처럼 흐르면서 쇠퇴하며 주인까지 잃으면서 모든 임무도 내려 놓은 모습입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오래된 성에서 보내는 시간은 특별한 경험을 주는 것 같습니다. 고성으로 떠나는 여행은 마치 동화 속 그림으로 들어가는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우리가 성으로 들어서면 잠시나마 왕자와 공주 같은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성으로 된 마을을 걷다 보면 이곳의 길이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이곳의 모든 길이 평지가 아닌 오르막이거나 내리막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커다랗고 둥글둥글한 자연석으로 깔아 놓아 누구나 공평하게 사뿐사뿐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울퉁불퉁하여 천천히 걸어야 하는 길은 더 인간적이고 정감이 가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 자란 꽃 한송이도 나무 한 그루도 평범하지 않은 듯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바라보게 됩니다. 언덕을 따라 걸으면 더 넓어 보이는 하늘은 새들까지도 더 자유롭게 날게 해줄 것 같은 생각까지 듭니다. 미로와 같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가보면 클래식한 소품과 간식들로 채워진 상점들이 줄지어 들어서서 행인들을 반겨줍니다. 성에 있는 길은 하나하나가 달라 또 다른 재미를 줍니다. 어떤 곳에는 상점들이 또 어떤 곳에는 집들이 각자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번잡해 보이는 거리도 코너를 돌거나 여기를 조금만 벗어나게 되면 금세 고요함을 넘어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이처럼 분위기가 서먹한 데는 치열하게 살아온 흔적들을 담담히 대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것이 그리움으로 서먹함으로 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 Italy Matera: 건축에서의 기풍과 신비주의가 합쳐지면서 고성은 한 번쯤 살고 싶은 충동까지 발산합니다.

이미지 출처: https:// www.theguardian.com /travel/2019/sep/01/matera-basilicata-italy-european-capital-of-culture-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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