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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Jan 19. 2023

18. 5일장과 닮은 한국의 성곽

트렌브랜_내가 만드는 트렌드 브랜드 공식

  사실 나는 우리나라가 조선시대까지 성곽의 나라였다는 역사를 대하고 많이 놀랐습니다. 더군다나 집근처에 수리산이 있어 자주 오르면서도 이곳에 있다는 수리산성을 직접 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만 하더라도 인공위성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이 있고, 나라마다 도시 하나를 돌로 지은 성과 지금도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성이라는 것은 그들의 생활 깊숙이 파고든 모습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물론 접하기도 힘들거니와 웅장함을 발산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산성의 흔적들은 항상 예상치 못한 장소에 존재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곳저곳을 등산하다 험준한 산골짜기에서 산성의 모습을 마주친 적이 많았습니다. 한국의 성곽은 도시 전체를 감싸는 형태가 아닌 전쟁때만 사용되는 산성 위주로 지어져 눈에는 잘 띄지는 않지만 효과적으로 기능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성곽은 그 존재가 유동적인 것 같습니다. 작년 여름은 태풍과 폭우의 피해가 컸던 한해였습니다. 100년만의 폭우로 강남 일대가 침수되는 피해를 겪었고 태풍 한남노가 남해안을 강타하며 침수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해 온 나라가 떠들썩 했습니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뉴스는 강남의 청담 빌딩과 창원시의 아산만에 2미터 높이의 차수벽을 세우면서 재난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평상시에는 개방해서 놓았다가 침수가 예상될 때 성벽을 쌓아 막는 방식이 참신해 보였습니다. 경험과 필요에 의해 그때 그때 만들어 사용했던 우리의 성곽과 많이 닮은 모습이었습니다. 


  남한산성은 삼국시대에 세워져 북한산성과 함께 한양을 지켰던 성입니다. 인조때에 개축되어 임시 수도의 역할을 했던 남한산성은 그 역사의 단면을 들여다보면 싸늘함이 느껴집니다. 성을 쌓는 것도 성에서 싸워야 하는 것도 평민이었던 그들의 삶은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병자호란으로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던 인조가 포위망을 뚫고 나갈 때조차 그 임무를 받은 무사인 심성기는 다시 한번 평민의 마음을 씁쓸하게 했습니다. 그는 이 막중한 임무에서 양반임을 내세워 얼굴을 검게 칠하는 위장을 하지도 않았고, 이 마저도 걷지 않겠다 하여 좁고 위험한 산길을 말을 타고 이동했으며, 그의 모든 짐과 무기까지도 하인이 매고 따라야 했다고 합니다. 차라리 한국의 성곽들이 낮고 눈에 잘 띄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고 위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성은 세워진 위치에 따라 산성과 도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산성은 험준한 지형을 이용하기 때문에 지키기도 쉽고 많은 병력과 싸우기도 유리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지어진 도성은 청야전술에 맞추어져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적군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물자와 식량을 없애고 성으로 들어가 지키면서 먼 길을 달려온 적의 식량이 고갈시키고 보급마저 힘들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청야전술은 나폴레옹과 히틀러를 패배시킬 만큼 전쟁과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놓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도성에서는 이정도의 위엄이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도 성곽이 눈에 띄게 높은 것도 그렇다고 해자가 깊고 넓게 파 놓은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도성에는 이와 견줄 만한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도성인 수원 화성이 민생을 고려해서 지어진 것입니다. 땅이 척박하고 소금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논농사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을 쌓을 때 저수지를 같이 만들었고, 성곽 주변에 논인 둔전을 만들어 해자의 기능을 대신한 것입니다. 전쟁을 하는데 논을 가로질러 가서 상대와 싸웠다는 것을 보지 못한 걸 보면 이것은 분명 실용적이고 기발한 발상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성곽은 화려함을 뽐내기 보다 민생의 삶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외국의 것처럼 뛰어난 건축과 가문을 대표하진 않지만 그때마다 필요한 수완을 보여주는 사람으로 치면 중년의 모습과 많이 닮은 듯합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보다 편안한 것을 즐기는 모습입니다. 실속을 차리지만 그렇다고 결코 상대를 소홀히 대하지 않는 모습과 같습니다. 이렇듯 우리의 성곽은 위협 앞에서 생겨나며, 5일장과 같은 모습으로 생겨 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 수원 화성: 한국의 성곽은 민생을 담은 모습으로 위협 앞에서 생겨나는 꼭 5일장과 같은 모습으로 생겨 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 www.scc.or.kr /photo-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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