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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Jan 24. 2023

19. 지중건축, 내면과의 연결 통로

트렌브랜_내가 만드는 트렌드 브랜드 공식

  어린시절 밤이 되면 손전등을 켜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놀며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가져온 과자를 먹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책을 가져다 읽거나 이것저것 실험을 하며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분명 좁고 어둡고 불편한 공간이었지만 그곳은 모든 것을 새롭고 설레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다시 돌이켜 봐도 좋은 기억으로 가득합니다. 마치 씨앗이 땅속에서 발아하듯 이불 속은 오막조막한 꿈들이 뿌리를 내리고 잎으로 자라나게 해 주었습니다. 이곳의 모습을 건축에 대입해 보면 아마 겉모습은 없이 내부만 있는 형태의 지중 건축이 될 것 같습니다. 건축의 표면은 마치 이불을 부풀게 깔아 놓은 듯한 형태로 주변의 경관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바깥에 기교를 부리지 않다 보니 내부 또한 자연스레 절제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건축이 비워진 모습으로 인간이 수행을 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끝없는 상상력으로 경이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대할 때면 항상 부러움이 앞서게 됩니다. 어디서 그런 능력이 나오는 것인지 그 궁금은 우리가 그들의 발자취를 찾아 여행하게 합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 여행의 필수 코스로 불리는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둘러보는 것은 그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가 지상낙원을 꿈꾸며 만든 구엘공원의 한 켠에는 그가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펼치던 시기에 살았던 집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푼 기대를 안고 찾은 방문객들을 이곳에서 많이 놀라고 당황하게 됩니다. 그의 화려한 작품과 동급의 공간을 모두가 기대했을테지만 그곳은 작고 소박하고 평범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침실은 마치 반 고흐가 자신의 방을 그린 침대와 같고. 책상은 일반인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과연, 그 많은 상상과 창의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하는 의문만 더 커지게 됩니다.


  작은 공간안에서도 세상 밖을 바라볼 수 있고 망원경을 통해 천체에 가득 찬 별들을 내다볼 수도 있습니다. 크기가 작은 정원을 돌보면서도 자연에 깃든 생명과 이치를 느끼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이것은 어떻게 생각을 이어가고 어떻게 마음 쓰느냐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작고 드러나지 않는 본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세상에는 내려 놓아야 보이고 비워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크고 화려한 것에 가려진 것들이 있습니다. 내면에서 들려오는 작은 속삭임을 듣지 못하거나 이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법을 몰라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내면을 백지 상태로 비워 두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면이 마르지 않게 해야 하겠습니다. 여기에 물을 뿌리고 생명이 자랄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것을 반복하고 들여다보게 되면 습관이 되어 마침내 변화와 상상력으로 자라날 것입니다.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내면인 것 같습니다. 내면의 감정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겐 기다림이 필요하고 연습이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내면을 만나기 위한 특별한 공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무대 위에 올려 놓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며 깊은 자신의 내면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나의 경험으로는 이불 속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지중건축이 여기에 잘 어울릴 것 같아 보입니다. 지중건축은 내면과 만나기 전 조금의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가 있어 좋습니다. 먼저 자연 속 햇살을 받으며 나무 사이로 난 작은 언덕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과 이어진 지중건축으로 걸어 들어가면 일상과 분리된 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주변과 함께 모든 것이 조용해지면서 수줍은 동물처럼 내면이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며 서서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이런 사색의 시간은 땅속에서 씨앗이 발아하듯 우리의 내면을 다시 깨어나게 합니다.


  건축이 모양이 없다면 의아하게 느껴지겠지만 이것이 자연을 닮은 모습이라면 마음과 기분이 편안해질 것입니다. 이런 건축과 공간은 마음을 진정시켜 주고 달래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마도 연결 통로와 같아 보입니다. 건축이 우리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 주고, 건축의 공간은 다시 우리 내면과 연결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건축은 어쩌면 그 안에서 나를 찾고, 영감을 불러 일으키고 변화를 준비하는 곳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베네쎄 하우스 뮤지엄[Stay at Benesse House]: 지중건축은 세상에서 우리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 주고 그 안에서 우리를 찾게 하는 연결 통로와도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s:// i0.wp.com/worldtravellermagazine.com/wp-content/uploads/ 2018/03/Chichu-Art-Musuem-by-Seiichi-Ohsawa.jpg?ss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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