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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Apr 20. 2023

02. 장마비의 지루함을 피하다

[에세이] 친구, 물고기 그리고 저수지

[에세이] 친구, 물고기 그리고 저수지

강가에서 만난 친구가 잡아준 물고기를 받아 들고 나는 신이 났지만, 물고기를 담은 깡통에 물이 줄어들면서 나는 조급 해졌다. 급한 마음에 나는 빗물을 옮겨 담았지만 물고기가 죽게 되면서 나의 하늘로 둥둥 떴던 기분은 이내 바닥으로 추락해 버렸다. 이 일을 치러고 내게 변화가 찾아왔다. 나는 물고기가 없었지만 물고기를 기를 수 있게 조금씩 준비를 했다. 나는 어항으로 쓸만한 것들을 찾느라 공을 들였고 모레와 돌을 가져다 놓고 물을 채웠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바램으로 했던 행동이었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친구를 여름에만 봤던 것 같다. 그는 항상 강에서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이것이 대부분 내가 본 친구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친구가 내게 처음 물고기를 잡아주고 시간이 좀 지나 나는 그를 강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강 아래쪽에 있어 점 같이 작게 보였지만 나는 그가 친구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는 호기심에 천천히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지만 친구는 물고기에 관심이 쏠려 내가 왔는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친구가 바로 보이는 제방 아래 콘크리트로 만들어 놓은 보로 내려가서 앉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인사도 없이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친구는 물고기 잡기를 끝내려는 듯 강에서 동작들을 마무리하고는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도 그의 표정은 해맑게 웃고 있었지만 분명 저번과 달라 보였다. 그리고 이내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친구는 내게 줄 물고기를 작은 깡통에 따로 담아 내게 건넸다. 새 깡통에 담긴 물고기들이 태양빛에 반짝였다. 나는 이것을 받아 들고는 친구와 자랑스럽게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숨죽여 조용히 자고 있던 어항에 생명을 옮겨 넣었다.


여름 장마가 시작되었다. 사나흘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면서 더위도 수그러드는 듯했다. 간간히 바람이 불어 댈 때는 시원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집안에만 있자니 몸은 진저리가 났고 답답함은 한계에 다다랐다. 그때쯤 비가 그쳤다. 나는 마당으로 나가 무언가 할 것을 찾기 시작했다. 처마 밑 그림자 속의 파란 자전거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다가가 안장과 핸들에 붙어 있는 빗물을 털어 냈다. 그리고는 높은 안장에 올라 앉아 천천히 페달을 밟아 좁은 골목을 빠져나갔다. 큰 길에 다가갈 즈음엔 몸이 자전거에 적응하여 달려주었다. 그간 내린 비로 바뀐 길의 모양을 살피면서 자전거 위에서 여름의 직설적이고 변덕스런 모습과 함께 초록의 무성함을 감상하며 달렸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더 멀리까지 가 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마을의 경계인 다리를 건너 맞은편을 향해 나아갔다. 다리 중간 도착해서는 자전거를 멈취 세우고는 난간 아래로 머리통을 내밀어 다리 아래로 펼쳐지는 장관과 장음을 감상했다. 빗물을 삼킨 강물은 이전의 조용함은 사라지고 다리와 가까워지면서 점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거칠게 교각과 부딪히며 회오리와 거품과 함께 다리 아래로 부셔져 떠내려갔다. 화가 잔뜩 나 있는 물줄기에 맞서 다리는 거대한 공룡의 입을 벌리고서 사납게 덤비며 떨어지는 낙수를 거친 숨소리를 내며 삼키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자니 내 자신도 다리 밑으로 떨어져 강물 속으로 빨려 들것만 같았다. 


다리 맞은편에는 커다란 언덕이 있어 여기를 한 번에 오르기 위해서는 자전거 앞쪽으로 몸을 바짝 붙이고는 미리부터 페달을 발로 힘껏 굴려야 했다. 이렇게 돌진하고서야 그 탄력으로 꼭대기까지 갈 수 있었다. 이곳에 도착해 자전거를 세우고 나자 숨이 차오르면서 현기증이 났다. 귀가 멍하고 머리는 몽롱했지만 그래도 바깥으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를 정하진 않았지만 차도를 따라 좀 더 달려 보기로 했다. 땀을 머금은 티셔츠 자락에선 까칠한 소금기가 느껴졌지만 불평하거나 자전거 타기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 여기를 지날 때는 기분이 좀 이상해지기도 했다. 학교 만큼이나 학교 앞 문방구는 우리에게 많은 기억들을 남겨 주었다. 아침이면 그날에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줄을 섰고, 점심때나 수업을 마치고는 주머니 속 모아 놓은 동전을 가지고 군것질을 하기도 했다. 과학 시간에 만들기 수업이라도 있을 때면 이곳 쓰레기통을 뒤져 좋아하는 것을 가져다 만들기로 쓰기도 했다. 그 중에서 단연 최고는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붙여 만든 나무배였다. 몇몇은 여기에 프로펠러를 만들고 고무줄로 감아 움직이게 했고 몇몇은 사각의 우유통을 가지고 아랫쪽에 빨대를 꽃아 물로 달리게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들이 물결을 일으키며 달려가는 모습에 신기해 했었다. 그리고 캔에 든 탄산음료를 따서 마실 때는 고압으로 터져 나오는 몽롱한 기체와 함께 나는 소리도 좋아했다. 그러나 냉각이 잘 되지 않아서인지 기대만큼 맛있지도 갈증을 달래주지도 못했던 것 기억이 있다. 


> 이미지 출처: https: //www.avants.com /#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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