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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Mar 28. 2024

뜨거운 시작을 차가운 시작으로

52세에 시작하는 자기 계획서

사물을 대하는 우리의 기준은 서로 다르다. 그래서 우리가 느끼는 특별함도 다르고 바라보는 것도 다르다. 이것은 우리가 사물을 자신이 보고자 하는 방향으로 보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 토끼와 오리가 함께 그려진 그림에서 우리는 남자와 여자의 얼굴, 그리고 토끼와 오리의 머리를 나누어 볼 수는 있어도 두개를 동시에 볼 수는 없다고 한다. 반대인 다른 방향으로 보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는 나머지 반쪽을 볼 수 없는지도 모른다. 내가 건축 홈페이지를 만들기로 했을 때는 건설 경기가 안 좋다는 뉴스가 터져 나오던 시기였다. 빌라왕이 사망하면서 깡통전세 사기가 수면위로 드러났으며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이 맞물려 건설업체가 휘청대기 시작했다. 시공능력평가 16위의 대형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부도처리 되고 인천 검단공단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순살 아파트 논란까지 더해졌다. 이것은 내가 하려는 일에 악재가 분명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집에 대해 더 많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것이 더 나은 변화로 이어질 거라 믿어 본다.


나는 건축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실 나는 용기가 있고 자신감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의식이지만 큰 꿈이 있으면 이것을 작게라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서두르면 꿈도 같이 커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크게 시작하는 대신 작게 시작하며 꿈을 키워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급함을 멈추고 한걸음 한걸음 다지면서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레이 크록을 따라하면서 내게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레이 크록이 맥도널드 형제가 사용하는 멀티 믹서를 직접보기 위해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의 매장을 찾는 것에서 변화가 시작된 것과 같이 나도 호기심에 길을 떠나면서 그와 같은 변화를 맞이할 수 있었다. 


처음 나는 막연하게 꿈만 꾸었지만 돌이켜보면 이것 역시도 시작의 한 방법인 것 같다. 나는 막연하게 건축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뿐 구체적인 방법을 찾진 못했다. 나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을 생각하기도 했고 동업으로 건축일을 시작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글쓰기를 건축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나는 꿈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쉽게 시작할 수 있었고 이 일로 변화가 찾아왔다. 건축 블로그를 만들고 브런치에 건축 글을 써 나가자 없던 자신감도 조금씩 생겨났다. 이것을 반복하자 꿈을 조금씩 공상에서 현실로 바뀌어 갔다. 이것은 또 다른 꿈을 꾸게 하면서 지금의 건축 홈페이지를 구상할 수 있었다.


건축 홈페이지를 시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것은 꿈 정도로 존재하던 나의 생각에 이것을 지탱하는 뿌리를 내리게 해주었고 새로운 가지를 펼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제 몇 주 후면 다시 시작이다. 나는 건축 홈페이지가 완성되면 다시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 마치 봄을 준비하는 나무처럼 그리고 가게를 새로 오픈한 것 같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초심으로 시작할 생각이다. 새로움이란 같은 것을 반복하거나 성장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용기를 기르고 새로운 만남을 위해 떠나는 것임을 믿는다.


어릴 때는 길을 자주 잃었다. 복잡한 골목에서 길을 못 찾아 헤매기도 하고 멀리 갔다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때는 태양이 뜨는 동쪽으로 가거나 나침반만 있으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도 헤매기는 매한가지였다. 어떤 길이든 그곳이 멀리 있을수록 직선으로 가로질러 갈 수 없고 또 한 번에 찾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리고 중간에 길을 잃고 헤매거나 다른 곳으로 가본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먼 길일수록 더 많은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대하면 좋을 것 같다. 봄에 여행을 떠나면 여름을 경험하고 가을을 즐기고 돌아오는 것이다. 여행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닌 계절을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다른 날씨로 오늘은 춥고 내일은 비가 오기도 하지만 이것이 합쳐지면 봄이라는 그리움의 계절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만약 누군가 새로운 일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은지를 묻는다면 나는 아무것이나 좋으니 꿈꾸어 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꿈은 시작하는 것으로 이것을 자신이 원하는 큰 꿈으로 키워가면 되는 것이다. 시작에는 연결 고리가 하나쯤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것에는 길이의 차이만 있을 뿐 연결 고리가 새로움, 꿈 그리고 또 다른 나와 만나게 한다고 믿는다. 모두의 새로운 시작과 도전 그리고 변화와 성공을 꿈꿔 본다. 응원해 주시고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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