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10월 가족여행, 새로운 생각을 준비하다

[에세이] 들풀언덕 _ 부모와 살던 집을 기억으로 남기며

by dkb 하우스

이른 오전 시간을 골라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추석 바로 앞인 어머니 생신을 올해는 어떻게 보낼 지를 상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생신을 매번 챙기고는 있지만 추석 연휴와 겹치면서 어머니 생신은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는 피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간단한 용건을 묻는 것으로 시작된 대화는 이번에도 동생이 이런 저런 생각들을 보태면서 계획에 면모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생이 옆에서 부모님을 챙기고 생활하면서 이 도움으로 내가 타지에서도 근심없이 지낼 수 있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대사를 막론하고 사소한 것들까지 나누고 베풀 줄 아는 동생은 우리 가족의 중심을 지키는 소중한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우리 형제를 처음 대할 때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나와 동생이 너무 다르기 때문인데 목소리 말고는 닮은 게 없다고 하면 맞을 정도로 우리 둘은 완전히 다른 아니 반대의 외모를 가졌습니다. 처음 보는 상대에게 우리를 형제라고 소개하면 동그란 눈을 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가끔은 이 상황을 그냥 웃으면서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둘을 비유한다면 나는 슈퍼 마리오로 동생은 DC의 슈퍼 히어로로 상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성격이나 사교성 면에서도 동생이 슈퍼 히어로급이다 보니 부모님 역시도 동생을 편하게 대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도 남에게 부탁도 잘 하지 않는 여느 시골 어른들 같습니다. 평소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아버지는 통화를 할 때면 그 정도가 극에 닿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할 때는 두가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전화를 합니다. 그래야 당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전화해서 ‘잘 지내지요?’하고 물으면 ‘그래‘하고 다음 말을 이을 틈도 없이 바로 끊어 버립니다. 이번에는 ‘저예요’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아버지는 1의 망설임도 없이 ‘잠깐만, 엄마 바꿔 줄게‘하고 수화기를 넘기는 것으로 대화를 끝내 버립니다. 어머니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는 하지만 007작전을 하듯 가족들 몰래 일을 끝내 버릴 때가 많습니다. 친척집에 몇일 다녀온다면서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는 등 자식들에게 피해를 안 주려 한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다행히 부모님 두 분이 처리할 수 없는 큰 일을 치룰 때는 동생의 도움을 받지만 이 마저도 내게는 함구하고 몰래 처리해 버리기 일쑤였습니다.


동생과 통화 하면서 아버지의 팔순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그해 아버지가 위암을 진단 받으면서 급한 것들에 신경 쓰게 되면서 2년여를 미루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미룬 데는 나중에 언제든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도 한몫 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미루다 영영 못할 수도 있다는 동생이 던진 돌직구에 그제서야 놓고 있었던 정신줄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 함께 여행을 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서둘러 예약에 들어 갔습니다. 부모님께는 취소나 환불이 어렵다며 강하게 어필하면서 쿨한 승낙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울릉도 가족여행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울릉도 예약은 슈퍼 히어로 답게 동생이 맡으면서 일사천리로 준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나도 네이버를 검색해가며 배편을 알아보고 어디가 좋을지를 지도를 그려가며 계획을 짜 보려 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다 처음 가는 곳이다 보니 막히는 게 많았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 저런 궁리하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습니다. 동생 전화였습니다. 울릉도에 살고 있는 지인의 도움으로 예약을 마쳤으니 우리는 몸만 가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인의 등장으로 울릉도로 들어 가고 나가는 날짜에 맞춰 배편과 펜션을 예약하고 가이드까지 맡아 주면서 우리는 10월 가족여행의 준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