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울릉도 가족여행 길에 오르다

[에세이] 들풀언덕 _ 부모와 살던 집을 기억으로 남기며

by dkb 하우스

10월 마지막주에 떠나는 울릉도 가족여행은 출발 바로 전 막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서 결국 다섯 명이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저녁에 시골에서 만나 함께 출발하기로 하면서 나는 모처럼 연차 휴가를 내고 한가로운 하루 일과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택시를 타고 KTX역으로 갈 생각이었지만 예정보다 일찍 집을 나서게 되면서 버스로 바꾸어 가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차편과 도착 시간을 미리 확인하긴 했지만 막힌 시내를 관통하고 환승까지 하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면서 서둘러 KTX를 타야 하는 해프닝이 빚어졌습니다.


이번 여행은 아내와 내가 KTX를 같이 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좌석에 어깨를 맞대고 둘이 앉아 나란히 달리는 기분은 특별한 감동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기분이 좋아 챙겨 온 책도 펼치지 않은 채 그 시간을 즐겼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열차를 같이 탈 기회는 없었지만, 열차와 우리는 뗄 수 없는 인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첫만남에도 그리고 결혼을 해서 주말 부부로 지내는 시절에도 우리 사이엔 열차가 있었습니다. 우린 이런 일들을 추억했고 첫만남을 얘기하면서 같이 웃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지내던 친구의 소개로 우리 둘은 만나게 되었는데, 낯선 장소에서 만나게 되면서 멋보다는 실속을 찾다 보니 역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의 첫만남이 미술을 전공하는 고마운 친구의 도움으로 이루어지면서 그 친구의 이름만큼이나 멋진 ‘명화’ 같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하늘이 붉은 빛으로 어두워지기 시작했을 때 우리가 탄 KTX가 목적지에 도착했고 개찰구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곧장 선착장이 있는 포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차 안에서는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 것을 시작으로 일주일 동안 일어났던 쌓였던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의 바람대로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면서 쌓였던 답답함을 가족 앞에서 풀 수 있는 값진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여행을 미루지 않은 것이 잘한 결정임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여행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더 내기 위해 포항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고 죽도시장에 위치한 횟집을 찾아갔습니다.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이라 손님들로 붐비고 바삐 음식을 내놓는 광경에 큰 기대 없이 주문을 기다리는데 우리를 놀라게 하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서빙을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했는데 “아버님 어머님! 잘 오셨어요.” “여기 어르신들이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이 많으니 천천히 주문하세요.”하며 살갑게 반겨준 것입니다. 그리고, 음식이 나올 때는 “아버님 어머님! 방금 만든 건데 이것 먼저 드셔 보세요. 맛있을 거예요.”하며 음식 차례대로 소개하고는 맛보게 했습니다. 대접을 받는다는 말에 잘 어울리는 장소였습니다.


얼마전 인터넷 검색을 하지 않고 식당을 가게 되면서 최악의 경험으로 기억될 만한 곳을 여러 번 가게 되었습니다. 맛없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화가 나고 이것에 비용을 치러야 하는데 화가 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한데 다시 화가 났습니다. 굳이 나쁜 식당을 찾아 병맛을 경험 할 필요는 없지만 나쁜 식당에서도 배울 게 있습니다. 음식의 맛, 주인의 마인드, 종업원의 열정이 뭉쳐야 하지만 이 중 하나만 부족해도 좋은 기분과 좋은 식사가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좋은 식당을 찾는데 시간과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인간미를 찾고 느끼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