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다시, 집에 대한 운세를 보다

[에세이] 들풀언덕 _ 부모와 살던 집을 기억으로 남기며

by dkb 하우스

울릉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동생은 그날로 새로운 집에 대한 설계에 매달렸습니다. 동생의 포부 또한 너무나 멋졌는데 동생이 직접 지은 집에 부모님을 모시고 편안히 지내게 하겠다는 바램 뿐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부모님이 거주하게 될 3층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을 1순위로 정하고 디자인과 설계를 이어갔습니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빠르게 일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밭과 집을 팔기 위해 어머니가 제일 먼저 들른 곳은 부동산이 아닌 철학관이었습니다. 연초에 신년운세를 보기 위해 철학관을 찾긴 했지만 어머니로서는 아버지가 평생을 살아온 고향과도 이별을 해야 하는 만큼 신중을 기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누구라도 이 상황에서는 괜찮다는 말로 위안을 삼고자 했을 것입니다. 어머니가 철학관을 들르는 데는 아버지에게 있을지 모르는 사고에 대한 대비 외에도 이사에 대해 안 좋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일이 정말 우연의 일치로 발생했을 수도 있을테지만 집에 대해서 만큼은 부모님을 신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주변에 자기집을 짓는 게 평생 소원인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한번은 이 꿈을 이루고 싶다며 아버지에게 신축을 의뢰한 분이 있었습니다. 집을 새로 지어 이사를 하고 싶어 했지만 이사운이 없다며 오랜 기간을 미루어 오던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최근에 다시 본 운세 또한 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집을 새로 짓더라도 새집에서 살아 보지 못하고 죽을 수 있으니 이사를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는 반응이 크게 엇갈렸는데 설마 하는 의구심과 함께 안 좋다는 것을 굳이 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건축을 의뢰한 사람도 시공을 맡은 사람도 생각이 서로 달랐습니다. 본인이 살지 못한다 해도 새집을 짓는 게 평생 소원이니 소원대로 하고 싶다는 건축주를 아버지가 말리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안된다고 하거나 거절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맞지 않으면 좋았을 운세가 들어 맞아 버렸습니다. 이번에도 어머니는 돌다리를 두드리며 걷는 심정으로 철학관을 찾은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바램처럼 좋은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안 좋은 건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철학관에 다녀온 어머니는 저녁이 다 되어서야 전화가 왔습니다. 일찍 전화가 오지 않으면서 내심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을 했는데 이건 나 혼자만의 기우였습니다. 전화로 대뜸 어머니는 “밭이 팔렸다.”며 부동산에 가서 계약서까지 쓰고 오느라 늦었다고 했습니다. 일이 잘 되려고 하니 일이 이렇게도 풀리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의심까지 들었습니다. 지금 밭으로 가면 밭을 사려는 사람과 만날 거라는 얘기를 듣고 철학관을 나와 그 길로 버스에서 내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밭으로 가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우리 밭을 살펴보고 나오는 듯한 사람이 있었고 어머니에게 다가오더니 주인인지를 묻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는 밭이 자기 마음에 든다며 바로 사겠다고 하여 계약을 하고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밭이 제때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서 부모님이 다시 농사를 짓게 되는 게 아닐까 내심 걱정을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화제는 이제 집으로 옮겨졌습니다. 어머니는 밭이 팔렸으니 집도 서둘러 내놓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새로 지을 집으로 이사를 가려면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에 집이 완공되는 시점에 맞춰 그때 천천히 내놓는 게 좋지 않을까 물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미룰 게 없다는 입장이었고 조금씩 집을 치우고 정리를 시작할 거라 했습니다. 하지만 이사까지는 반년이 넘게 남았기 때문에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2021년의 10월은 많은 사건과 결과를 함께 만들며 우리 가족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겨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