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건축 블로그를 시작하다

[에세이] 들풀언덕 _ 부모와 살던 집을 기억으로 남기며

by dkb 하우스

나는 업무에서 우연한 기회로 글을 조금씩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주간 단위로 개제하는 디자인 브리핑에 글을 쓸 수 있게 되면서 기사를 가져다 쓰는 편한 방식 대신 주제를 만들어 글을 쓰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여기에는 이렇게 하면 공부가 되겠다는 생각에 컨셉에 손자병법을 담아 글로 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쓰고 있던 글을 다시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글 쓰는 습관과 속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1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니 조잡하긴 하지만 글 하나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글을 바로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처음의 부족했던 글을 다시 쓰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대로 된 로고와 아이디를 만들어 글을 고쳐서 올렸습니다. 이렇게 나온 것이 ‘작은 것의 화려한 반란’이라는 소재목의 글입니다.


글쓰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블로그 관리에도 익숙해지면서 다음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동생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동생의 건축 블로그를 만드는 것을 제안하고 건축 디자인과 관련된 내용들을 업로드해 나갔습니다. 이 기간 동생은 그동안 찍어 놓은 공사 사진을 폴더별로 정리해서 보내주면서 블로그의 내용은 풍부해졌습니다. 최근에는 건축과 관련된 뉴스를 추가하면서 스토리의 깊이와 정보를 더했습니다. 건축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면서 동생은 여기에 업로드 할 이미지와 자료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되었고, 나 또한 건축 디자인에 보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위한 새로운 집을 지을 때 기록으로도 잘 남겨 블로그에 올리겠다는 동생의 말에 영감을 받은 나는 이것을 주제로 글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의 중요한 과정을 기념하고 기억으로 남긴다는 것은 우리의 가슴을 벅차게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로 우리는 잊혀질 뻔했던 소중한 순간을 평생토록 기억하고 간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자란 시골은 말과 관련이 있습니다. 말을 키우는 곳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나는 이곳에서 실제로 말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대밭집 할아버지가 동네에서 말을 타고 다니는 걸 직접 봤다고 했습니다. 아마 할아버지가 탄 말을 마지막으로 이름으로만 마을이 남은 듯합니다. 어린시절 마을은 이씨의 집성촌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집들은 물론 같이 노는 친구들까지도 돌림자가 같은 가까운 친척이었습니다. 이 또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새로운 사람들로 마을이 채워지고 바뀌었습니다. 특이해 보이는 마을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지듯 시간이 다시 흐르면 이곳의 모습은 또 다시 변하고 사람이 바뀔 것 같습니다.


변화는 간단한 사건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이곳 시골 마을에서 농사일만 하던 아버지가 건축 일을 하게 된 것도 그러했습니다. 아버지가 젊었을 때 여름 장마로 집의 한쪽 벽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무너진 벽을 수리하기 위해 전문가를 불렀지만 일을 하루만 하고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수일을 더 기다리던 아버지는 더는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펼쳐 놓고 간 것들을 가져다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아버지의 이야기에 따르면 처음해보는 일인데도 이상하게 일이 쉽고 재미까지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몇일이 더 지나고서야 다시 나타난 전문가는 아버지의 설명에도 이것이 아버지가 한 게 아니라 다른 전문가의 솜씨라며 호통을 치며 떠났다고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아버지는 계획에 없던 건축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아버지가 이렇게 살아오셨기에 다른 시골의 어른들과 다르게 농사일을 그만둘 수 있었고 삶에 변화를 선택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또한, 이것은 지식에서 나온 결정이 아닌 그들의 삶에서 찾아낸 어려운 결단이라 우리에게 더 아름답고 깊은 배움으로 다가옵니다.